2002 한일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인공청소기’로 불리었던 남자. 한때 어록제조기로 꼽히며 축구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김남일이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며 해설위원으로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따봉 월드컵’은 김남일 특집으로 꾸며졌다. 간단한 인사말로 방송에 참여한 김남일은 “저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며 성격상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지만, 아내 김보민 아나운서의 회사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봐 해설위원 제안에 응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MC들은 “김남일 위원이 이영표 위원과 해설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더라”고 질문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갔지만, 김남일은 “처음 듣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김남일은 “사실 영표와 이렇게 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됐지만 사실 친하지는 않다”고 장난스럽게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친하지 않다는 김남일과의 발언과는 달리, 김남일과 이영표는 시작부터 손발이 척척 맞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영표가 “김남일에겐 분위기를 바꾸는 묵직한 한 방이 있기에 오늘 방송을 기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칭찬하자, 김남일은 “(이영표는) 저에 대해서 잘 몰라요”라고 응수하며 좌중을 폭소케 한 것.
이후 김남일은 히딩크 감독시절 홍명보 감독에게 ‘명보야 밥 먹어’라고 반말을 했다는 어록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저는 홍명보, 황선홍 감독은 쳐다보기도 말 걸기도 힘들었다”고 해명, “근데 영표는 선배들에게 할 말 다했다”고 고자질하듯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남일은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2014 월드컵 명단이 화두에 오르자 “대표팀이 너무 젊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 같다. 젊은 선수들만 있으면 긴장감이 없다. 월드컵 경험이 있는 노련한 선수들이 좀 더 뽑혔더라면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에 이영표는 “고참 선수들의 경기 출전 여부는 나중 문제다. 이런 고참 선수는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훈련과정에서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고 덧붙이며 김남일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정반대의 스타일이지만 의외로 차진 호흡을 보여준 김남일 이영표. 김남일은 타 방송사와의 해설대결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지만 MBC는 이길 것 같다. 정환이 형은 말을 잘 못한다. 재치는 있지만 길게 말을 못한다. 종국이는 영표와 비슷한 부류다. 말주변은 있지만 영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고 평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흐뭇하게 웃고 있던 이영표는 “잘했다”고 나지막이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해설데뷔를 앞둔 김남일은 “저는 걱정이 안 된다. 다만 말실수로 방송사고 날까봐 KBS가 걱정될 뿐”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이영표는 “오히려 김남일이 어떤 말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고 덧붙이며 자신들을 영리하게 홍보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입담. 꾸밈없는 상남자 김남일은 '라디오스타'를 통해 대세로 떠오른 안정환과 궤를 같이하며 지상파 3사의 해설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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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월드컵' 하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