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라고 평가받던 미드필더진이 오히려 문제점을 남겼다.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평가전서 아쉬움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튀니지와 홈경기서 0-1로 패배했다. 국내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을 패배로 마친 한국은 오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6월 9일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한국의 강점을 찾기 힘든 경기였다. 공격은 공격대로, 중원은 중원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허점을 노출했다. 위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수비진의 처리 능력과 중원에서의 전개, 공격진의 마무리 능력 모두 부족할 뿐이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미드필더진의 조직력이다. 경기 전 한국의 최대 강점으로 지목될 정도였지만, 그 위력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허정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역대 대표팀 중 가장 강력한 미드필더진을 갖고 있다"고 홍명보호의 미드필더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강력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과 한국영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수의 연결고리가 돼야 하지만, 공격적인 면은 물론 수비적인 면까지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압박의 느슨함이 한 눈에 보였다. 전반 43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장면은 물론 전반 41분 침투 패스에 이은 헤딩 패스와 슈팅 마무리를 막지 못한 것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약한 압박에서 비롯됐다. 기성용과 한국영은 2선에서 침투하는 튀니지 선수들을 견제할 의무가 있지만 제대로 된 수비를 하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홍명보 감독도 지적했다. 홍 감독은 "수비적인 측면에서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이 공간을 많이 내주는 바람에 상대 공격수들이 원할한 플레이를 했다. 그런 플레이가 또 나온다면 실질적으로 우리는 어려운 경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튀니지는 밀집 수비로 원톱 박주영을 고립시켜 골문을 단단하게 했다. 한국으로서는 상대 수비가 적은 상황, 즉 빠른 역습으로 튀니지를 흔들어야 했다. 그러나 미드필더는 튀니지의 공격을 끊은 이후 느린 공격 전개를 펼쳐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중원에서 패스를 하는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튀니지 수비진은 정상적인 위치에 자리 잡아 한국의 공격을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문제점만 남은 튀니지전이지만, 패배에 고개를 숙이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월드컵 첫 경기인 러시아전까지 남은 기간은 20여일. 짧다고 하면 짧지만 길다고 하면 긴 기간이다. 오히려 지금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에 대해 홍 감독도 "오늘 경기가 좋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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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