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앵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빛나지 못한 홍명보호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5.29 06: 32

홍명보호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빛나지 못하며 숱한 과제를 남겼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FIFA랭킹 55위)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튀니지(피파랭킹 49위)와 평가전서 전반 44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다.
튀니지전은 중요한 한 판이었다. 홍명보호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자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을 겸하는 자리였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 이날 상암엔 5만 7112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웃으며 브라질에 가려 했던 홍명보호는 결국 씁쓸히 퇴장했다. 잡으려 했던 토끼가 여럿 있었는데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전술 실험, 조직력 다지기, 컨디션 끌어올리기 등에 모두 실패했다. 유일한 소득은 뼈아픈 패배로 인한 '정신무장'이었다.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빛나지 못했다. '발탁 논란'으로 관심을 모았던 박주영(29, 아스날)과 윤석영(24, 퀸스 파크 레인저스)은 다소 미덥지 못한 플레이로 홍 감독의 시름을 더욱 깊게 했다.
대표팀에서 항상 제 몫을 톡톡히 해냈던 이청용(26, 볼튼), 손흥민(22, 레버쿠젠), 기성용(25, 스완지 시티), 구자철(25, 마인츠) 등 기둥들도 이날만큼은 마음껏 날지 못했다.
홍명보호의 슬로건 원팀, 원스피릿, 원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은 무의미했다. 조직력과 투지는 실종됐다. 압박과 탈압박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개개인의 기량에 의존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니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은 실점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4명의 수비수가 있었지만 튀니지 공격수 단 1명을 막지 못했다. 위험 지역으로 침투 직전 반칙으로 끊어냈거나 협력 수비가 이루어졌더라면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우물쭈물하다 결국 결승골을 허용했다. 
우리는 2002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전력의 열세를 딛고 기적을 일궜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4위를 차지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하나로 똘똘 뭉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홍명보호를 두고 역대 최강의 월드컵 대표팀으로 꼽는다. 개인 기량이나 이름값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역대 월드컵 사상 최다인 9명의 유럽파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라운드의 11명이 함께 눈을 맞추고 호흡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100% 전력이 완성된다. 그러나 지금의 홍명보호는 하나의 팀이 아닌 11명의 개인이 모인 팀의 모습이다.
월드컵은 한국보다 전력이 몇 수 위인 팀들이 출전하는 무대다. 한국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빛나야 사상 첫 원정 8강행의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다행히 장도에 오르기 직전 쓴 보약을 들이켰다. 홍명보호가 본 무대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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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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