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이천 시대의 시작을 약 한 달 앞두고 있다.
LG 2군과 재활군는 오는 7월부터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일원 LG 복합체육시설로 이동한다. 당초 이전일은 올해부터였으나 주경기장 완공일이 7월이 되면서 6월까지만 구리에 있다가 한 번에 이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LG는 앞으로 천연잔디가 깔린 주경기장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연습장과 숙박시설을 사용한다. 그동안 비 오는 날이나 겨울이면, 간이 비닐하우스에서 훈련하며 느꼈던 불편함과 완전히 이별하게 됐다. 구리 시절 연습장과 떨어져 있던 숙박시설도 밀접해지면서 선수들은 언제든 연습할 수 있다. LG가 최고 시설을 통해 ‘유망주 무덤’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물론 마냥 기대만 할 수는 없다. 최고 시설이 갖춰진 만큼, 이에 맞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LG 양상문 감독 역시, 이천 시스템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양 감독은 28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WBC때 류중일 감독과 매일 1, 2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삼성이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유망주들을 육성시키고 있는데, 정말 부러우면서도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게 떠오른다”고 입을 열었다.
현재 삼성은 실내연습장이 있는 경산 볼파크에서 2군과 재활군이 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중장기 육성 시스템인 ‘BB 아크’를 추가, 소수 정예 지도를 통한 선수 육성 극대화까지 꾀했다. BB 아크는 엄격한 과정을 통해 정예 선수를 선별하고, 선별된 선수들에게 집중 투자한다. 초대 원장으로 강기웅 코치, 투수 파트에는 카도쿠라 켄 코치가 활동하고 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 경기만 많이 한다고 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현재 우리 1군부터 2군, 그리고 재활군까지 투수만 30명이 넘는다. 투수마다 유형이 다 다른데 이들에게 일률적인 훈련을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발력이 약한 선수는 순발력을 집중해서 보완하도록, 지구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지구력 향상에 집중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코치가 많다고 효율적인 것도 아니라고 본다. 야구를 보는 관점은 코치마다 다르다. 코치가 많으면 그만큼 선수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지 구단과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해볼 것이다. 좋아진 인프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LG는 1·2군 선순환이 안 되는 팀에 속한다. 물론 지난 시즌부터 신예선수들이 많이 나타났고 몇몇은 1군 붙박이가 되기도 했으나, 삼성·두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엄밀히 말해 LG에는 2군서 성장한 슈퍼스타가 전무하다. 2군과 재활군에 150km를 찍을 수 있는 투수들이 수두룩하고, 폭발력을 지닌 타자들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많은 이들이 억대 계약금을 받고 ‘제2의 누구’라는 타이틀이 붙은 채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고 2군 선수로 전락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신인왕 수상자도 1997시즌 이병규(9번) 이후 자취를 감췄다.
양 감독은 “기본적으로 한 시즌에 2군서 한 두명은 올라와야 한다. 이런 게 팀 전체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고 1·2군 선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감독이 직접 2군 경기를 찾는 것 또한 2군 선수들의 동기부여 때문이다. 양 감독과 LG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구축한 시스템이 최상급 인프라와 맞물려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한편 양 감독은 이미 2군 유망주들에 대한 육성 라인을 짜 놓았다. 신인 강속구 좌투수 임지섭에 대해선 “급하게 보면 안 될 선수다. 크게 지시한 것은 없고, 상체와 팔을 좀 더 올리게 했다. 옆으로 던지다보니 제구가 안 돼서 이를 잡기 위해 작은 부분을 이야기했다”고 하나씩 고쳐갈 뜻을 드러냈다.
자신의 시선을 끌고 있는 2군 선수들을 두고는 “황목치승은 수비서 움직임이 좋고, 최승준도 타격이 괜찮더라. 1군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처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영관 역시 수비는 좋았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채은성이 1군 데뷔전을 치른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2군 선수들의 1군 콜업이 이뤄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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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