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브라질 월드컵 ‘3톱’인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이 첫 호흡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중계로 축구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국민 캐스터 김성주를 필두로 돌직구 해설 안정환과 안정적이고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간 송종국이 조화를 이뤘다. 월드컵까지 남은 보름 동안 발음과 목소리만 정돈한다면 ‘월드컵은 MBC’라는 야심찬 목표 달성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지난 2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MBC는 이번 월드컵에서 해설위원을 두 명을 내세워 전문성과 재미를 높이겠다는 계획. 차범근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를 앞세우는 SBS가 막강한 가운데 세 사람은 평가전 중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월드컵 해설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일단 가장 눈에 띈 것은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물오른 예능감을 드러내고 있는 안정환의 속시원한 해설. 안정환은 후배 선수들의 잘못을 냉철하게 지적하며 돌직구 해설을 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하거나 자리 다툼에서 빈 구석이 보일 때마다 놓치지 않았다. 선수들의 실수를 선배로서 이해를 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전략을 짜고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를 분석했다. 직설적인 안정환의 해설은 ‘간만에 속이 시원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후배들에게 따끔한 지적 뿐만 아니라 “축구는 실수가 있어야 한다. 실수 없이는 축구가 아니다”,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 차츰 나아질 것이다”라고 팬들의 후배들에 대한 맹렬한 비난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배려했다. 다만 전문 방송인이 아닌 까닭에 다소 발음이 새고, 버벅거린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이 같은 약점은 향후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송종국의 침착하고 안정적인 해설은 안정환과 조화를 이뤘다. 안정환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지적 해설을 했다면, 송종국은 안정환의 해설에 부족한 설명을 보완하고 전략적인 점을 짚고 넘어가 명쾌한 이해를 도왔다. 캐스터인 김성주와 함께 경기 흐름을 설명하고 경기 예측을 더해 경기의 흥미를 높였다. 안정환과 송종국의 밀고 당기기 해설은 다소 산만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전문적인 정보가 넘쳐나고 경기를 더욱 쫄깃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다.
아직은 보완할 점이 있는 안정환과 송종국의 해설을 끈끈하게 묶은 것은 국민 캐스터 김성주였다. 이미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안정적이고 친근하며 재치 있는 중계로 스포츠 전문 캐스터로 맹활약한 그는 두 명의 해설위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설명을 해주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재미를 높였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왜 대형 스포츠 행사 중계를 책임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미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담 중계'를 예고했는데 즐거움을 유발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진행으로 '선 지키기'에 성공했다.
이날 튀니지와의 평가전은 우리나라가 0-1로 아쉽게 패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셋이 함께 호흡을 맞춘 MBC 중계는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었다. 월드컵 중계는 많은 관심이 쏠리고 거액의 광고 수익이 걸려 있어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임하는 대형 이벤트. 스포츠 중계에서 강점을 보였던 MBC가 이번 월드컵에서 웃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으나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 동안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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