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대로 된 먹잇감(?)을 찾은 네 명의 MC들은 신이 났다. 유명한 ‘주스 리액션’을 흉내 내는 것부터 ‘익룡 연기’와 ‘로봇 연기’ 주인공들을 놀리는 이들의 모습은 다른 방송이 아닌 독설 자유구역 ‘라디오스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래서 불편함이 적었다.
겉으로는 ‘연기의 신’이란 특집으로 출연진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듯 보였지만, 실상은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적극적인 해명의 장을 마련해주는 시간이 돼 제작진도, 출연자도 이득이 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는 ‘연기의 신’ 특집으로 배우 박동빈, 가수 강민경, 장수원, 리지가 출연했다.

이들을 ‘연기의 신’ 특집이란 이름으로 모이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모두 자신이 했던 드라마 속 어색한 연기로 한 차례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올랐던 배우들인 것. 최고 연장자이자 연기경력에서도 한참 선배인 박동빈은 종영한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주스를 먹다 다시 뱉는 ‘리액션 연기’로 한동안 화제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그는 “화제성을 예상했냐”고 묻는 MC들의 질문에 “화제성은 전혀 생각 못했다. 대학교 때 선배들과의 일상 같은 행동”이라며 “선배들과 술을 마시다가 같이 마시자고 하면 뱉고 다시 건배했다. 빈 잔을 댈 수도 없고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니까 그랬다”고 말했다.
또 ‘주스 리액션’ 후의 반응에 대해 “드라마 방송 후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걸로 뜰 거야?’라는 비난도 많이 들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주스 리액션’이 계산된 것임을 알리며 굳이 컵을 다시 받힌 것에 대해 “바닥에 흘리면 세트 팀이 청소해야 하지 않냐. 연기라는 게 느껴져야 하는데 하다 보니까 컵을 받힌 거다”라며 “원래 신을 끊고 가야 하는데 감정연결을 위해서 했다. 감독님이 변태기가 있는데 다시 마시라고 했다. 뱉은 주스를 다시 마시고 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익룡 연기’로 웃음을 줬던 강민경 역시 당시 연기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강민경은 해당 신에 대해 “첫 드라마 첫 신이었다”며 “울 생각을 미리 하고 입을 덜 벌린 것 같다”는 지적에도 “그게 아니라 너무 추웠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건데 한 방에 OK사인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 만우절 ‘쥬라기 공원’의 익룡 역할로 캐스팅이 됐다는 장난 기사에 대해 “익룡으로라도 ‘쥬라기 공원’은 하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주기도 했다.
MC들의 가장 많은 놀림 세례를 받아야 했던 이는 장수원이었다. 준비된 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KBS 2TV ‘사랑과 전쟁’ 속 장수원은 실제 어색한 말투와 연기로 인해 스튜디오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원래 깔창을 끼지 않는데 여자배우분이 키가 크셔서 스타일리스트가 깔창을 끼워줬다. 깔창이 걸려서 저런 연기가 나온 것 같다”라고 엉뚱한 해명을 해 다시 웃음을 줬다.
리지 역시 선배들 사이에서 엉뚱한 개성을 뽐냈다. 몇 편의 드라마에서 줄곧 비슷비슷한 사투리 연기로 MC들로부터 "'대장금'과 '이산'에 출연한 지상렬 같다"거나 "인기는 수지에게 밀리고 연기는 정은지에게 밀린다" 등의 독설을 들었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MC들을 웃게 만들었다. 또 그는 방송 말미 진주의 '난 괜찮아'를 열창하며 스튜디오를 폭소케 했다.
이처럼 '라디오스타'는 독설을 상처나 불편함이 아닌 웃음으로 승화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분석력과 정보력을 갖춘 네 명의 MC들은 게스트들에게 독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하는 유쾌함 역시 갖고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MC들과 게스트가 함께 모여 티격태격 이야기를 나누는 '라디오스타' 스튜디오를 마치 독설 자유구역인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이날 방송 역시 '라디오스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콘셉트였다. 강민경, 리지, 장수원, 박동빈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게스트들을 '연기의 신'이라는 독특한 특집으로 모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라디오스타'가 예능계에서 발휘하고 있는 남다른 위치와 존재감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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