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끼리 이래도 괜찮은 걸까. 르브론 제임스(30, 마이애미 히트)를 막기 위해 코트 위에 ‘귓바람’까지 등장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뱅커스라이프 필드하우스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미국프로농구 플레이오프(NBA PO) 동부컨퍼런스 5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로 물리쳤다. 2승 3패를 기록한 인디애나는 벼랑 끝 탈락위기에서 탈출했다.
4쿼터에만 21점을 퍼부은 폴 조지는 총 37점을 폭발시켜 수훈갑이 됐다. 하지만 뒤에서 인디애나 승리에 공헌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제임스를 수비한 랜스 스티븐슨이었다. 5차전을 앞두고 스티븐슨은 “르브론 제임스를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스티븐슨은 약속을 지켰다.

이날 스티븐슨은 찰거머리처럼 제임스를 따라다녔다. 따라다닌 정도가 아니라 늘 제임스와 몸을 밀착했다. 제임스의 특정부위에 손을 대는 것은 예사였다. 심지어 스티븐슨은 코트에 나란히 서서 제임스의 귀에 대고 바람을 솔솔 불었다. 보통 다정한 연인들끼리 하는 애정표현이다. 덩치가 산만한 상대선수에게 당한 느낌은 어떨까. 제임스의 얼굴에서 짜증난 표정이 역력했다.
효과는 좋았다. 제임스는 전반에만 3파울을 범하고 2득점으로 코트에서 물러났다. 3쿼터 다시 코트에 등장했지만, 역시 4분 만에 스티븐슨과 공을 다투다 5번째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제임스가 벤치로 향하자 스티븐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는 긴박한 4쿼터에 투입됐지만 이미 슈팅리듬이 다 깨진 상태였다. 던지는 슛마다 족족 림을 외면했다. 그 사이 폴 조지가 21점을 폭발시키면서 주도권을 가져갔다. 제임스는 일부러 스티븐슨을 앞에 두고 3점슛을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하지만 심판은 제임스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2점 뒤진 4쿼터 막판, 제임스는 공을 잡았다. 자신이 치고 들어가 연장전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외곽의 크리스 보쉬에게 패스했다. 이날 3점슛 두 방을 터트린 보쉬지만 마지막 슛은 불발됐다.
경기 후 에릭 스포엘스트라 마이애미 감독은 제임스의 파울트러블에 대해 "후반전을 위해서 뺐다. 3쿼터에 지적 받은 파울 두 개는 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제임스의 마지막 슈팅에 대해서는 "제임스가 직접 돌파를 해서 넣든가 아니면 외곽에 비는 선수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마침 보쉬가 완벽한 지점에서 비어 있었기에 패스한 것"이라며 제임스를 두둔했다.
제임스는 10개의 슛을 던져 2개만 성공시키며 7점으로 부진했다. 출전시간 자체가 24분에 불과했다. 4차전은 32점을 넣은 제임스의 승리였지만, 5차전은 스티븐슨의 수비가 더 빛났다. 제임스는 빚지고 못사는 성미다. 6차전에서 스티븐슨의 ‘귓바람 수비’에 제임스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사다.
jasonseo34@osen.co.kr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