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권 "'밀회' 강준형, 언제 사람되나 했다"[인터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05.29 14: 29

특급 존재감으로 지상파 월화드라마와 사파전의 포문을 연 종합편성채널 JTBC 종영드라마 '밀회'가 살아있는 캐릭터를 영원히 남기며 종영했다. 19세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주인공의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첫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밀회'는 화제에 부응하는 작품성으로 마지막회까지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배우 박혁권은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살던 오혜원(김희애 분)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사랑을 그린 감성적인 멜로드라마 '밀회'에서 배우자의 외도를 보면서도 자신이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하는 강준형의 모습을 디테일하고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3개월 넘는 시간동안 '밀회' 팀과 함께 했다.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좋았다. 시청자 반응이 좋아 더욱 좋은 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모니터 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특히 재밌었다. 나는 김희애 선배와 유아인이 사랑으로 발전해나가는 연애 초기 부분이 좋았다. 세세하게 진행되는 장면이 재밌었다."

그렇지만 박혁권이 연기한 준형은 혜원과 선재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었다. 준형은 혜원과 선재 사이를 의심하면서도 선뜻 이들의 관계를 밝혀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안타깝게, 혹은 한숨짓게 했다.
"준형 역할이 안됐기는 한데, 애착이 갔다. 안타깝기 보다, '저거 언제 사람되나' 그런 안쓰러움이 있었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준형이 한심해서 혼잣말도 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떼쟁이, 중2병이었겠나. 올라프 빼고는 다 의도한 별명이다. 하하. 그렇다고 준형이 개과천선하기를 바란건 아니었다. 각 인물의 목적이 부딪히면서 그게 잘 살아가는 게 '밀회'에서 재밌는 부분이었으니, 준형까지 변화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준형이의 한심함은 뒷부분에서 더 부각됐다. 대본을 보다가 김희애 선배한테도 '얘는 좀 이상한 놈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작가님이 설정을 잘 해줬고, 감독님이 전후 상황을 잘 연출해줘서, 내 캐릭터도 덕을 본 것 같다. 다양한 반응이 오는 것을 보고, 과연 이게 누구 공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은혜를 입은 입장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박혁권은 '밀회'를 통해 얻은 호평을 제작진에 돌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잘 짜인 상황 안에서 그가 펼친 세심한 연기가 매 장면 완성도를 이끌어내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륜이라는 상황을 상상하며 연기했지만, 내가 가장 신뢰하는 감독님이 내 연기를 봐주고 있기 때문에, 믿고 했다. 모르는 건 먼저 물어보고, 감독님과 가장 많이 상의했다. 감독님과 마음이 잘 통한 것 같다. 신뢰가 안가면 불안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정말 편안했다."
또한 '밀회'는 혜원과 선재의 감정이 피아노 선율에 실려 때론 절정으로 때론 비극, 또 슬픔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를 연기하는 김희애와 유아인의 피아노신이 유명했다.
"나도 1부에 삼중주를 하는 신이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신은 어렵다. 음악 전체는 물론 포인트를 알아야 하니 피아니스트가 치는 것을 보면서 외워야 한다. 나는 삼중주를 할 때 몇마디 치지도 않았는데도 힘들었다. 그러니 전곡을 다 치는 김희애와 유아인은 연습량이 엄청나다. 10번만 연습해도 하루가 가니 두 분은 정말 힘들었을 거다. 나는 날로 먹었다. 하하. 실제 실력? 지난해 말에 동네 피아노 학원을 한 달 다니기는 했다. '징글벨'을 양손으로 다 칠 수 있는 정도다." 
특히 극의 중심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 우아한 노비, 순수한 사랑에 스스로의 틀을 깨버리는 당당한 혜원을 연기한 김희애가 늘 화제였다. 박혁권은 김희애에 대해 "내가 연기를 하기 전부터 봐왔던 선배다. 김희애 선배는 예전부터 스타였기 때문에 사실 어려웠다. 그런데 다가가서 말을 붙이면 잘 받아줬다. 성격도 소탈하고 쿨하다. 객관적이고 직설적일 때도 있는 선배다"라고 설명했다. 
박혁권은 최근 종영한 '밀회'의 성공과 함께 영화 '인간중독'의 개봉도 동시에 진행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기분은 정말 좋다. 그런데 기여도의 문제인 것 같다. 나는 두 작품에서 기여도가 높지 않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운도 실력이라고 하면 인정하겠다. 하하"
"'밀회'를 통해 드라마 대표작이 바뀌었다. 대중적인 인지도도 더 많이 생겼다. 앞으로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발판을 만들어준 작품이다. 게을러지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겠다."
jykwon@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