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웃지 못했다.
두산 좌완 에이스 유희관이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5이닝동안 무려 11안타를 맞고 8실점(자책)의 부진한 투구를 했다. 팀 타선의 화끈한 지원을 받아 시즌 6승을 따냈지만 역대 2위 최다실점 승리투수라는 달갑지 않는 꼬리표였다. 역대 최다실점 승리 기록은 9점으로 두 차례(84년 MBC 오영일, 2010년 롯데 이재곤) 있었다.
팀 타선이 1회부터 터졌다. 1회 2점, 2회 2점, 3회 5점, 5회 2점 등 일찌감치 14안타를 쏟아내며 11점을 몰아주었다. KIA 선발 신창호는 3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갔고 뒤를 이은 박성호도 두산의 핵방망이에 뭇매를 맞았다.

더욱이 선발 유희관은 작년부터 KIA를 상대로 4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작년 3승에 이어 올해도 4월 6일 잠실에서 7이닝 1실점 승리를 얻었다. 6승길이 활짝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KIA 타선도 물이 바짝 올랐다는 변수가 있었다. KIA 투수진이 11실점 했지만 타선은 포기하지 않고 유희관을 물고 늘어졌다.
유희관은 1회 선두타자 이대형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도루를 허용했으나 세 타자를 체인지업을 앞세워 모조리 삼진으로 잡았다. 2회는 선두 신종길에게 우월 3루타, 박기남의 좌중간 2루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그러나 후속 세 타자를 삼진과 범타처리했다.
11-1로 앞선 4회가 문제였다. 첫 타자 신종길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박기남과 김다원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고 백용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강한울도 막지 못하고 중전적시타를 맞았고 이대형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허용했다.
1사3루에서 김선빈은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필에게 중전안타를 맞더니 나지완에게 우중월 투런홈런을 맞았다. 순식간에 4회에만 7실점. 올들어 두 번째 8실점의 부진한 투구를 했다. 그래도 타선이 벌어놓은 점수 덕택에 패배는 당하지 않았다.
5회부터는 안정감을 찾아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요건을 채웠다. 투구수는 109개.평소대로 직구, 커브,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물오른 KIA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시즌 최다실점타이에 최소이닝 투구의 부진이었다. 유희관은 부진으로 두산은 윤명준 이현승 정재훈에 이용찬까지 마운드에 불러나와야 했다.
웃을 수 없는 승리였다. 더욱이 5월들어 행보가 심상치 않다. 9일 삼성전 6⅔이닝 8실점, 23일 SK전 5⅓이닝 5실점에 이어 세 번째 다실점의 부진이었다. 이로인해 5월 방어율은 6.75 부진했다. 시즌 방어율도 3.39에서 4.23으로 치솟았다. 우울한 5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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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