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최근 14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로 상대 마운드의 호투 의지마저 꺾고 있다. 이제 두 자릿수 안타나 선발 전원 안타는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팀 성적도 당연하게 따라왔다. 두산은 두 자릿수 안타를 이어온 14경기에서 11승 3패로 고공비행을 했다. 4월 승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 14경기에서 거둔 많은 승리를 바탕으로 두산은 2위 NC와 0.5게임차에 불과한 3위로 상위권을 지키는 중이다.
팀 성적이 좋은 것은 좋다. 하지만 승리로 인해 팀의 문제점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5연속 위닝 시리즈와 14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라는 영광에 가려져 있지만, 두산의 선발진 부진현상은 가볍게 넘어갈 정도는 아니다.

우선 좌완 에이스 유희관이 공략당하고 있다. 유희관은 최근 2경기에서 10⅓이닝 동안 무려 13실점했다. 2경기에서 볼넷은 1개로 많지 않았으나, 가운데에 몰린 공이 많았다.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유형이 아닌 유희관은 공이 몰리자 10⅓이닝 21안타로 이닝당 2개씩 안타를 허용했다.
노경은도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경은은 최근 3경기에서 12이닝 18실점했다. 항상 소화한 이닝보다 많은 안타를 허용했고,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두산의 14경기 11승 3패 중 2패는 노경은이 등판한 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2년간 믿었던 선발진의 한 축이었으나, 아직은 기대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5선발은 아직 확실한 주인도 없다. 이재우와 홍상삼, 정대현이 차례로 기회를 얻었으나, 아직 1명이 확실하게 선발 로테이션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이들이 올해 거둔 선발승은 정대현이 올린 1승이 전부다. 타선의 폭발로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도 안정된 투구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위안이 있다면 외국인 선발 듀오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최근 3경기에서 완투승 1차례 포함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로 안정세다. 볼스테드는 가장 최근 등판인 25일 잠실 한화전에서 5이닝 10피안타 6실점(5자책)으로 내용이 좋지 못햇지만 이전 2번의 등판에서는 15⅓이닝 동안 6개의 안타만 내주고 상대 타선을 3실점(1자책)으로 꽁꽁 묶었다.
불펜도 마찬가지지만 선발은 1명이 만든 좋거나 나쁜 흐름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어 하나의 부진도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질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 선발이 빨리 물러나면 불펜이 일찍 가동되고, 그러면 다음 경기 선발은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편한 투구를 하기 더욱 힘들다.
반대로 전날 경기에서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지면 다음 선발은 힘 있게 5이닝만 막아도 된다는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지금 두산 선발진의 연이은 부진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힘든 이유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