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개과천선’ 채정안, 악녀가 아니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5.30 09: 55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의 채정안은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인공 김명민의 약혼녀이면서도 극 초반의 끝 무렵인 7회부터 등장했고, 이후부터 김명민-박민영-진이한으로 이어졌던 러브라인의 숨겨졌던 또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개과천선'에서는 달라진 김석주(김명민 분)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라는 유정선(채정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유정선은 김석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김석주로부터 "우리가 사랑했던 사이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질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거 김석주는 "결혼할만큼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묻는 유정선의 말에 "사랑은 결혼하면 생길거다. 필요한만큼"이라는 차가운 대답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

유정선은 침착하게 "결혼할만큼의 감정은 있었을거다. 석주 씨 마음까지 내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라고 답했고, 돌아온 김석주의 대답은 더 놀라웠다. "확신을 못 줬다는 거군요. 내가 노력하겠다"라고 말하며 사려깊은 모습을 보인 것. 유정선은 자신을 진정한 약혼녀로 생각하고 더 사랑스럽게 보려 노력하는 김석주의 새로운 면모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정략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유정선은 재벌가인 외가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능력있는 변호사 김석주와 결혼을 택했고,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보다는 각자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계산적인 선택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드러나는 유정선의 캐릭터는 보통 드라마 속에서 정략 결혼을 약속한 부잣집 딸들이 보이는 성격과 달라 눈길을 끈다. 물론 유정선은 아직 등장한 지 2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어머니는 부잣집 딸이었지만 능력없는 아버지를 택했고, 줄곧 평범한 삶을 살았다. 이후 외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운명한 후 그 딸인 자신의 존재만을 인정해 외가로 데려왔고, 그는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도 외가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조건 중의 하나는 김석주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결국 유정선은 이기적이고 때로는 악랄하기까지한 드라마 속 보통의 '재벌2세녀' 캐릭터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성격은 과거 김석주에게 "결혼할만큼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던 질문에서나 사고 후 김석주의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모습에서도 읽을 수 있다. 캔디처럼 밝은, 이 드라마에서는 이지윤(박민영 분) 같은 캐릭터를 괴롭히는 흔하디 흔한 악녀와 다른 것.
이런 캐릭터는 연기자 채정안의 이미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채정안이 맡았던 다양한 역할 중에서도 그의 매력이 돋보였던 역할은 '쿨'하지만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여인의 캐릭터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커피 프린스' 속 매력적인 여인 한유주, '역전의 여왕' 속 여우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백여진, '남자가 사랑할 때'의 열정적인 여인 백성주를 기억하고 있다. 고급스럽고 이지적인 인상에 인물의 내면을 잘 그려내는 섬세한 연기력이 더해져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창조해냈다.
때문에 이번 '개과천선'에서도 채정안이 그려낼 유정선이란 캐릭터는 기대감을 모은다.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악녀가 아닌 러브라인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 채정안을 통해 어떻게 그려지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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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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