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구가 나쁘지 않다".
SK 에이스 김광현(26)이 부활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SK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24일 문학 LG전 7⅓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4실점 역투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이상 던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전에서 김광현은 최고 151km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위력을 떨쳤다. 무엇보다 돋보인 건 제구였다. 총 투구수 106개 중 스트라이크 75개, 볼이 31개로 두 배 이상 월등하게 많았다. 이날 김광현이 허용한 볼넷 1개는 시즌 개인 최소 기록이었다. 제구가 되는 김광현은 도저히 공략할 수 없었다.

김광현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바로 제구력이다. 온몸을 활용한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이기에 제구력이 종종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숙명과 같다. 김광현의 통산 9이닝당 볼넷은 4.09개. 올해는 4.16개로 통산 기록과 큰 차이가 없다. 아주 좋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김광현은 "내가 원래부터 제구가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3.50개, 2009년 3.44개, 2010년 3.90개로 9이닝당 볼넷이 4개 미만인 투수였다. 그러나 2011년 5.45개, 2012년 3.97개, 2013년 4.60개로 볼넷이 점점 증가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김광현 스스로는 멘탈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난 자신있게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가끔 심판 판정에 민감한 부분이 있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게 볼이 되면 계속 볼이 나오는 스타일"이라며 "이런 멘탈적인 부분은 내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스트라이크존이 많이 좁아져 상당수 투수들이 겪는 문제인데 김광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서서히 본래 모습을 찾고 있다. 그는 "선발투수로서 이닝을 길게 가져라겨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선발투수라면 7이닝은 던져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투수들에게 무리가 오게 되어있다"며 "아직 100%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한다. 자신있게 공격적으로 투구하겠다"고 말했다.
SK는 올해 선발투수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희상이 두 번이나 타구에 맞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도 한동안 부상으로 빠져있었다. 조조 레이예스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고, 5선발들도 불안불안하다. 김광현-레이예스-채병룡만이 로테이션을 지키는 상황. 이만수 감독은 "선발투수를 사실상 3명으로 운용하다 보니 중간 투수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정말 업어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고맙고도 미안해 했다.
때문에 에이스 김광현의 부활이 반갑다. 2경기 연속 7이닝 투구는 올 시즌 처음이다. 한화전에서 김광현이 7이닝을 막아준 덕분에 SK는 전날 넥센전에서 힘을 뺀 불펜진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만수 감독은 "김광현이 괜히 에이스가 아니다. 2경기 모두 길게 던져줘 고맙다. 에이스다운 면모를 발휘한 경기였다"고 칭찬했다. 김광현의 부활투와 함께 SK 역시 확실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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