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민, 배려와 패기로 이겨낸 '멘붕' 탈출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5.31 06: 05

넥센 히어로즈 우완 투수 하영민(19)은 단단한 멘탈을 가진 몇 안되는 고졸 신인이다.
하영민은 지난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최다 투구수(106개)를 기록하며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영민은 팀의 11-5 승리로 시즌 3승을 거뒀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에 그쳤으나 과감한 피칭으로 5탈삼진을 뽑아냈다.
이런 하영민이지만 이전 등판이었던 지난 2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영민은 2⅔이닝 동안 11피안타를 허용하며 10실점(9자책)으로 부진했다. 중계 카메라에는 계속 멍한 표정만 잡혔다. 올해 프로에 입단한 새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하영민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 보란 듯이 호투하며 주변의 우려를 잠재웠다. 하영민은 30일 경기 후 "삼성전은 전혀 영상도 다시 보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경기를 마음 속에서 지웠다. 코치님들도 절 생각해 전혀 아무 말씀도 해주지 않으셨다. 싹 잊고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강철 넥센 수석 겸 투수코치는 하영민이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매 이닝이 끝날 때마다 다가와 그가 잊고 넘어가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할 법한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런 이 코치가 아무 말 없이 부진을 넘겨준 것은 어린 선수가 두 번 상처받을까 하는 배려가 숨어 있었다.
다시 일어난 하영민은 이날 시즌 2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넥센 토종 선발 중에서는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13일 만에 나온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었다. 올 시즌 넥센 팀 퀄리티 스타트는 총 16번인데 그중 9번이 3명의 외국인이 거둔 것이고 나머지 7번이 6명의 토종 선발이 나와 기록한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강윤구, 문성현, 오재영 등 선발들이 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넥센에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새내기의 호투다. 시즌 전 하영민은 1군에 올라오기까지 더 경험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였지만 특유의 씩씩한 패기로 1군 무대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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