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은 좋은 배우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31 08: 22

배우 차승원은 '모델 출신'이란 꼬리표를 뗀 지 오래다. 아니 그 꼬리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무수히 등장할 모델 출신 배우들에게 귀감이 될 연기자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차승원은 장진 감독의 영화 '하이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후 그 밀도 높은 연기력과 배우로서의 존재감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 영화는 다시금 차승원은 '좋은 배우'임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하이힐'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로 결심한 형사 지욱(차승원)이 운명을 뒤바꿀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건을 그렸다. 장진 감독의 11번째 영화이자 충무로 데뷔 20년이 되는 해의 차승원과 다시 의기투합해 새롭게 도전한 작품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이힐' 속 차승원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첫 등장에서부터 범접하기 힘든 말근육으로 남성성을 드러내며 보는 이를 기죽인다. 전설의 싸움들로 많은 상처를 훈장처럼 몸에 지니고 있지만, 웬만하면 잘 다치지도 않아 '600만불의 사나이'로 불리는 그는 한 마디로 멋있는 마초맨이다. 말 수도 없고, 표정도 없고, 감정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지욱의 이면에는 또 다른 자아가 숨겨져 있다. 그 자아는 예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말투가 비교적 상냥하고 부끄러운 듯 미소도 짓는 어여쁜 여인이다.
이 양면적인 인물을 극도의 남성성을 잘 보여주는 차승원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우려 반 호기심 반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그가 출연했던 인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잔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의심이 갈 만 하다.
하지만 영화 속 차승원은 안도감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역시 신뢰할 만한 배우라는 안도감과 '차승원이 저런 것도 가능하구나'란 놀라움이다.
무엇보다도 그 선, 두 개의 자아 속에서 고통받는, 어떻게 보면 중간적 인격의 고통스러운 내면 연기가 보는 이를 아프게 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옛 사랑을 추억할 때는 순정 만화처럼 가슴이 저민다. 그가 얼마나 내면의 자신을 찾고 싶어하는 지 관객이 서서히 깨닫게 될 수록, 그의 현란하고 절도있는 액션은 하나의 춤 처럼 보인다.
장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차승원이 배우로서 한 층 더 평가 받기를 원했다. 장진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차승원이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차승원 죽여'란 말이 나오면 첫 번째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그가 영화애서 잘 살면, 영화 자체도 분명 좋은 평가 받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차승원의 여장은 처음에는 그의 육체적인 특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코믹한 부분이 있지만, 몇 차례 등장하며 그 진정성을 획득한다.
고운 풀메이크업을 하고 거울을 보며 차승원이 스스로에게 "예쁘다"라고 말할 때, 그 뜨거운 환희와 아련한 슬픔이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장진 감독의 말처럼 분장 자체는 웃길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연기가 덧입혀지자 차승원은 관객들을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6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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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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