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해설을 위해 나란히 마이크를 잡는 차범근(61)-차두리(34, FC 서울) SBS 해설위원 부자가 홍명보호에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3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축구 기자들과 마주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홍명보호에 대한 조언과 함께 국민들의 많은 성원을 바라는 자리였다.
과거 태극 마크를 달고 월드컵 무대를 누볐던 '선배' 차범근 위원과 차두리는 '후배' 홍명보호를 향해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한국, 러시아, 벨기에의 평가전을 지켜봤다는 차범근 위원은 "러시아도 벨기에도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벨기에는 운도 좀 따랐다. 로멜루 루카쿠는 힘이 있고 일대일 능력이 있다. 개인적인 능력이 발휘된 경기였다"면서 "조직력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고, 좋은 컨디션도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차 위원은 이어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력이 좋아져야 한다. 한국의 여러 선수가 일대일로 반응하는 것을 봤을 땐 나쁜 상태는 아니다. 앞으로 조직력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수비쪽 무게가 조금 떨어졌지만 이청용을 비롯해 구자철 손흥민 박주영은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 몸이 올라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차 위원은 또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 보면 분데스리가에서 공격수가 두 자릿수 골을 넣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손흥민은 어린 나이에 두 자릿수를 넣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면서 "손흥민의 경기를 보면 가끔 내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빠르게 돌파하면서 바로 골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면 선수로 뛰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더 많은 골도 넣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손흥민을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콕 찝었다.
차 위원은 홍명보호의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는 이제 막 시작이라고 했다. 차 위원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유럽에서는 시즌이 막 끝났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하다. 월드컵 전 한 달을 휴식하고, 전체적으로 육체적으로 회복을 시킨 지금부터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첫 번째 평가전은 그런 성격이 짙었다. 두 번째 평가전은 다르다. 지금보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전술적인 움직임도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 위원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한국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홍명보호는 선수 선발과 부상 등으로 잡음도 있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월드컵을 앞두고 팬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정말 (선수들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군가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밀어준다고 생각하면 마음도 편안하지만 자신감이 생긴다. 실력이 있어도 자신감이 떨어지면 잠재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팬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바랐다.
차 위원은 이어 "월드컵이 다가오는데 나도 한 달 동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나부터 원칙과 법을 잘 지키고 내 책임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되겠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길이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모두가 더 열심히 일하고 뛰어준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국민들과 유가족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이럴수록 우리가 자기 위치에서 마음에 담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할 일은 제대로 더 열심히 하고, 어려운 도전, 힘든 싸움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 남아공월드컵서 사상 첫 원정 16강행의 업적을 이뤘던 차두리가 본 월드컵과 홍명보호는 어땠을까. "2002년은 막내라 정신없이 대회를 치렀다. 남아공 때는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차서 무엇이 팀에 중요하고 팀을 강하게 하는지 조금은 알겠더라"고 말문을 연 차두리는 "무엇보다 조화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홍명보호는 연령층이 낮고 경험이 없다 보니 걱정이 조금 든다. 하지만 젊은 팀이니 겁이 없고 체력적으로 조금 부담이 덜하다. 장점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큰 대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비가 얼마나 버텨주느냐 싸움이다. 월드컵에서는 그간 수비를 잘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냈다. 우리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공격이 화려해서 2골을 내주고 4골을 넣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개인 능력을 가진 팀이 아니다. 포백수비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얼마나 수비를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큰 대회는 더욱 그렇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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