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천상여자', 인간 권율을 성장시켰다"[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4.06.01 07: 52

지난 2007년부터 17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주연으로 데뷔했지만 그 이후 조연, 단역, 특별 출연을 마다하지 않고 내공을 쌓았다. 다양한 캐릭터로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차곡차곡 '진짜 배우'로 성장한 권율이 그 주인공이다.
'권율'이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하다. 보통 '그 드라마의 그 역할'로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다. 권율은 동안에 곱상한 외모로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흡수했다.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모습은, 권율이라는 이름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를 강인하게 남게 했다. 권율 역시 "캐릭터에 몰입해 '그 때 그 사람이 권율이었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율을 최근 OSEN에서 만났다. KBS 2TV '천상여자'의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자를 만난 그다. '천상여자'는 권율에게 조금 특별하다. 지상파 첫 주연작이었기 때문. 수개월 동안 20%의 시청률을 오가며 큰 인기를 끌었던 '천상여자' 속 권율은 자상하고, 연인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듬직한 인물이었다.

"촬영이 끝나서 일단은 홀가분해요. 마지막 촬영 후 다음날 홍콩 여행 다녀 왔어요. 나를 위한 선물이었달까요? 지상파 첫 주연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6개월 동안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거예요.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난 것이니 제 가슴 속에도 오랫동안 남을 거고요. 특히 연기적으로 많은 테크닉을 시도할 수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됐어요. 감정을 빼는 부분, 몰아치는 부분 등 말이죠.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어요."
권율은 '천상여자'의 일명 '막장 코드' 속에서 유일하게 복수에 휘말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주연 배우들의 살벌한 복수 바람 속에서 상대 배우였던 윤소이를 보호하고 사랑해주며 달달한 매력을 어필했다. 부드러운 인상의 권율의 실제 연애와도 닮았을까.
"저는 '천상여자' 에서 유일하게 막장으로 가지 않은 캐릭터였죠. 막장을 무조건적으로 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녁 시간대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천상여자'가 전작들에 비해 '센' 막장은 아니었다고 평가하고요(웃음). 제 실제 연애 스타일은 극 중 지석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감당할 수 있는 상처에 대해 스스로 안으려는 성격이긴 하지만, 지석이만큼 모든 걸 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권율은 지난달 있었던 '천상여자' 기자간담회에서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로 꼽혔다. 여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천상여자' 속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것. 권율은 이러한 평에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젊은 여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천상여자'가 음기가 센 드라마였어요. 하하. 여 배우들이 유독 많이 출연했고요, 저는 그 한 가운데에 끼어있는 인물이었죠. 현장에서 윤소이나 문보령씨가 오히려 털털하게 잘 했어요. 예민하게 굴 법도 한데, 그런면이 없이 살뜰한 딸들처럼 선배들에게 잘했죠. 두 분이 오히려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권율은 올해 33살이지만, 동안인 탓에 상대 배우들보다도 훨씬 어려보였다. 게다가 실제로는 6살이 더 많은 박정철보다도 극중에서는 한 살 많은 설정이었다. 그러나 권율은 일부러 나이가 들어보이게 코디를 한다거나 스타일적으로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말투와 행동, 톤 등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나이 때문에 외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다면 오히려 어색했을 거예요. 일부러 늙어 보이려고 더블 슈트만 입는다든가 그런 것들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캐릭터에 어울릴 만한 연기로 자신감 있게 했죠. 제 자신부터가 자신감이 있어야 보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테니까요."
 
'천상여자'로 인지도를 올린 권율은 오는 7월 개봉하는 영화 '명량: 회오리 바다'에서 이순신 역인 최민식의 아늘 이회 역으로 출연한다.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권율은 이 영화를 지난해 많은 공을 들여 촬영했다.
"'명량: 회오리 바다'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찍었어요. 경건한 마음으로 이순신의 일대기를 배울 수 있는, 인생에서 영광적인 작업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검토 중인 것들이 있는데 고심해서 선택하려고 해요. 저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분량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선택해요. 이번 영화에서 역시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킬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권율은 그간 독특한 캐릭터로 열연해왔다. tvN '우와한 녀'에서는 동성애자로, 영화 '잉투기'에서는 잉여 생활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미완성 캐릭터에 끌린다"며 이유를 밝혔다. 다음번에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도 '사이코패스'로 꼽았다.
"캐릭터가 얼마만큼 매력이 있는가를 가장 중요시해요. 완성된 캐릭터인 것 보다도 미완성된 캐릭터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독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영화 '피에타'에서도 짧은 출연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처럼요. 다음에는 사이코 패스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권율은 학창시절부터 당연히 '배우'가 꿈이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연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 역시 "언제부터 왜 배우를 하고 싶은 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내실을 쌓은 그는 '진심'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철학이 있다면 진심으로 부딪히는 거예요. 진심으로 부딪힐 경우에 표현이 어려운 캐릭터도 있지만, 진심의 연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모르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권율을 떠올렸을 때 획일화 된 이미지를 떠올리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뭐든 다 가능한 사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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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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