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경기에서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타선과 마운드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은 두산 베어스가 완패를 당했다.
두산은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23으로 완패했다. 롯데가 29안타로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이 두산 투수 4명(크리스 볼스테드, 정대현, 오현택, 최병욱)은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타선도 5안타에 그쳐 15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 기록이 끊어졌다.
이날 경기는 두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지난 15경기에서 타선의 힘을 앞세워 마운드가 흔들렸던 날에도 승리를 가져오곤 했던 두산은 타선이 터지지 않자 무기력하게 패했다. 타선 침묵은 단 하루였지만 마운드의 부진은 줄곧 이어졌던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우선 타선의 부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적다. 초반부터 대량실점하며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탓도 있는데다 지난 경기에서는 롯데 선발 쉐인 유먼의 제구가 뛰어났다. 이날 유먼의 피칭은 어떤 팀이라 해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운드는 향후 레이스를 끌고 가야 하는 송일수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 우선 선발 볼스테드가 3이닝 8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했다. 5월 들어 유희관과 노경은이 각각 평균자책점 6.75, 10.27로 부진한 두산은 믿고 맡길 선발투수가 더스틴 니퍼트 하나뿐이다. 5선발은 아직 온전히 자리를 잡지도 못한 상태다.
불펜 역시 문제다. 지금의 불펜이라면 4~5월에 많이 던진 윤명준이 6월에도 필요할 때마다 자주 등판해야만 한다. 송 감독은 윤명준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로 사이드암 오현택을 꼽았지만, 오현택 역시 지난 경기에서 롯데 타선에 4점을 내주며 고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재훈, 이현승과 함께 이용찬까지 가는 다리를 놓아야 할 윤명준도 잦은 등판으로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윤명준은 4월 12이닝을 소화하면서는 평균자책점 2.25로 좋았지만, 5월 14⅓이닝 동안에는 평균자책점 6.28로 나빴다.
선발이 무너지는 경기에서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할 롱릴리프도 여전히 불안하다. 이재우가 5선발로 돌아오면서 정대현이 이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대현은 최근 2경기에서 2⅔이닝 7피안타 4볼넷 9실점(6자책)으로 부진했다. 롱릴리프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초반 실점이 많은 경기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다.
두산 이 경기에서 선발이 초반 많은 점수를 헌납해 끌려갔고, 추격조 롱릴리프는 점수를 더 내줘 경기를 돌이킬 수 없게 해버렸다. 자주 나오지 않던 수비 실책도 2개나 있었다. 타선은 기세를 빼앗긴 뒤 상대를 쫓아갈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투수들의 피칭, 타격, 수비에서 최악의 모습이 한 경기에서 나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2~3패나 그 이상의 패배를 당할 수 있는 것을 1패로 막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침체기가 올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기의 충격파가 두산을 다시 상승세로 이끌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이 경기의 의미를 규정할 것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