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휘재의 20년 내공 입담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 계속되는 과거 폭로와 ‘디스전’에도 당황하지 않고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모습이 즐거웠다.
지난 31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에는 이휘재가 호스트로 출연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반가운 콩트 연기와 재치 있는 입담이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이날 이휘재는 등장부터 ‘디스전’에 시달렸다. 오프닝 무대에서 SNL 크루는 “이휘재 하면 ‘세바퀴’, ‘세바퀴’ 하면 박미선, 김구라, 조형기, 스피드퀴즈, 전화연결”이라 말하며 그에게 굴욕을 안겼다. 또, “요즘 제일 ‘핫’한 것이 ‘슈퍼맨’이다. 누가 떠오르나? 추사랑!”이라고 외쳤다. 이휘재는 이 같은 발언에 웃음으로 대처했고, 자신의 불후의 명곡 ‘세이 굿바이(Say Goodbye)’를 열창하기도 하는 등 시작부터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대중음악사’ 코너에서는 23살의 이휘재로 분한 유세윤과 그의 소속사 사장 역할을 맡은 신동엽의 과거 폭로가 이어졌다. 신동엽은 콩트 중 이휘재에 대해 “군대 가기 전 인기는 다 거품이었다”, “개그맨인데 안 웃기다” 등 폭언을 했고, 유세윤 역시 “나는 노래도, 연기도 못하고 웃기지도 않다. 나중에 결국 아이 낳아서 아이 팔아서 방송 할 것”이라고 ‘웃픈’ 대사를 읊어 폭소를 유발했다.
이휘재는 이 코너에서 본인과 큰 관련이 없는 작곡가 ‘이바람’ 역을 맡았는데, 당황하는 척 연기하면서도 신동엽의 아내를 언급하거나 유세윤에게 “나도 가끔 너무 힘들면 술 마시고 자수를 한다”고 반격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휘재의 입담은 ‘피플 업데이트’ 코너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과거 ‘손가락 사건’이나 여성에 관한 질문 등 과감한 내용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 눈길을 끌었다. 또, 여성에 관한 대답을 할 때에는 “신모씨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아 신동엽과의 ‘디스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는 ‘여자 재우는 게 빠르냐, 쌍둥이 재우는 게 빠르냐’라는 질문에는 “단언컨대 여자가 빠르다”, ‘쌍둥이를 낳으려면 어떤 자세로 자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자세보다는 최선을 다해라”라고 명쾌하게 답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평소 은근한 19금 토크로 호스트를 당황하게 했던 유희열의 질문도 이휘재를 이기지 못했다.
이후 방송을 마치는 ‘1분의 진심’ 코너에서 이휘재는 “고맙고 감사한 일이 많다고 늘 느낀다. 늘 조그만 것에 감사하다고 다짐하는데 오늘 또 다짐하게 됐다. 오만하지 말아야겠다”고 말해 훈훈한 엔딩을 장식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이휘재는 ‘인생극장’을 연기하며 유행어였던 “그래! 결심했어!”를 외쳐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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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