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해설위원으로 브라질 땅을 밟는 차범근(61)-차두리(34, FC 서울) 부자가 사랑이 듬뿍(?) 담긴 창을 겨눴다.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축구 기자들과 마주했다. 오찬과 함께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홍명보호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과 울산 현대, 수원 삼성 등에서 감독을 역임한 차 위원은 차두리가 감독보다는 코치가 더 어울린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차두리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할 것이라 예상했다.

차두리는 이유 있는 반기(?)를 들었다. 차두리는 "아버지보다 감독으로서 조금 더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가장 큰 단점은 선수들을 잘 이해 못한다는 것이다. 크로스가 왜 머리에 정확히 안가는지 물어보면 선수들은 당황한다. 분명 보고 올렸는데 빗나간다. 스타 플레이어는 10개 중 8개가 정확하게 간다. 그러나 한 팀에 그런 선수가 얼마나 나오겠나. 선수들 마음을 이해하는 부분에선 내가 아버지보다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웃음)"며 미소를 지었다.
차두리는 이어 "아버지는 항상 많은 사랑을 받고 정상에 계셨다. 나는 강등도 하고 밑바닥에서 굴러도 보고, 벤치에도 앉고, 방출도 당해봤다.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봤다. 아버지가 어떻게 유로파리그에서 자살골 넣은 선수의 마음을 알겠나. 경험하지 않으면 정말 창피하다는 걸 모른다"고 농을 던지며 "감독을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을 이해하면서 아버지보다 더 잘 이끌 자신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차범근 위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너는 감독 타입은 아니야. 코치나 해설 해."
차두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지도자를 안한다고 했다. 1998년에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고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구를 그만할 때즘 되니깐 요즘 들어 감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선수로서 많은 걸 이뤘으면 안 그럴 텐데 감독을 하면 선수로 못했던 것을 내 선수들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감독이 해볼만한 도전 같다.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야망을 드러냈다.
차두리는 또 "지도자 자격증도 독일에서 따려고 계획하고 있다. 유럽 감독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목표를 갖는다면 언젠가는 이뤄질 수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나 바르셀로나 감독을 목표로 설정해놓고 되든 안되든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게 중요하다. 아버지보다 언어적인 문제는 없다. 10년간 외국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처럼 그나라 말을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웃음). 정말 축구만 하고 오신 것 같다"고 정곡을 찔렀다.
이에 차범금 위원이 "나는 축구를 잘했잖아"라고 맞받아치자 차두리는 "아버지는 '축구를 잘하거나 말을 잘하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버지는 전자인 것 같고, 나는 후자인 것 같다. 난 다행히 언어가 되니깐 일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당찬 바람을 나타냈다.
그의 축구 인생 제2막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박)지성이의 은퇴가 크게 와 닿았다. 옌스 켈러 샬케04 감독이 프랑크푸르트 시절 선수로 같이 뛰었는데 벌써 그렇게 큰 팀의 감독을 하고 있다. 예전에 아버지가 '우리 세대 선수들, 나와 같은 세대의 선수들이 감독을 한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게 이제 내 세대에도 돌아오는 것 같다. K리그의 최용수, 황선홍 감독,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도 나와 선수로 같이 뛴 세대다. 이제 슬슬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웃음)."
차두리의 새로운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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