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중반으로 치닫는 6월 시작까지 타율 4할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올 시즌에도 단 한 명만이 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재원(26, SK)이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 4할 타율에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있지만 이재원의 4할 행진이 어디까지 나아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이재원은 올 시즌 5월 31일까지 46경기에 나서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 중이다. 3할 타자만 34명, 3할5푼 이상 타자만 10명이 버티고 있는 올 시즌 개인 순위표에서도 독보적인 성적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대타 출장이 많았고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이재원의 방망이는 5월 한 달 동안에도 이 편견을 버텨냈다.
이재원의 5월 타율은 4할4리로 예상했던 것만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나지완(KIA, .424), 서건창(넥센, .419), 오재원(두산, .416)에 이어 리그 4위에 해당된다. 악조건을 이겨낸 성과라 더 값지고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이재원은 5월 들어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이 많아졌다. 5월 한 달 동안 11번이나 선발 포수로 출장했다. 체력적인 소모가 극심한 포지션인 만큼 타격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결과는 사뭇 달랐다.

이재원은 선발 포수로 출장한 11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쳤고 그 중 6경기가 멀티히트였다. 13일 문학 두산전부터 30일 대전 한화전까지는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타율은 4할 중반대에서 4할2푼9리까지 떨어졌지만 이재원이 못했다기보다는 안타 2개를 쳐도 타율이 깎일 수밖에 없는 숫자가 만든 상황이다. 분명 놀라운 페이스임은 분명하다.
프로야구 역대 월별 최종 4할 타율 기록자를 봐도 이재원의 맹활약을 실감할 수 있다. 원년에 꿈의 4할을 기록한 백인천(당시 MBC)을 비롯, 1987년 8월 19일까지 4할을 기록했던 장효조(당시 삼성)와 김용철(6월 27일, 당시 롯데), 1992년의 이정훈(6월 14일, 당시 빙그레), 1994년 이종범(8월 21일, 당시 해태), 2012년 김태균(8월 3일, 한화) 정도가 이재원 이상의 4할 행진을 가져갔던 선수로 기록되어 있다.
김태균과 함께 가장 근래의 기록인 2009년의 김현수(6월 6일, 두산), 로베르토 페타지니(6월 7일, 당시 LG)의 기록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페타지니는 당시 56경기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좀 더 높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이 기라성 같은 선수들 중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기록을 이어간 이는 없었다.
비록 아직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없고 상대의 집중 견제가 서서히 시작되는 분위기라 타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 유력하다. SK의 사정상 포수로도 주전 정상호와 적잖이 플레잉타임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여 힘도 부칠 수밖에 없다. 다만 5월 막판까지도 타격감이 좋았고 아웃이 되더라도 쉽게 죽는 법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기대는 걸어볼 만하다. 어쨌든 이재원이 자신의 최고 시즌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점,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역사에도 꽤 높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는 점은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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