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4차원 ‘정정 커플’의 9개월 가상 결혼이 종료됐다. 못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던 두 사람은 그럼에도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지인들에게 함께 판매하고,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하는 것으로 ‘쿨’한 이별을 맞이했다. 프로그램 역사상 늘 눈물이 함께 하곤 하는 가상 결혼 마지막 날이지만, 역시 이 커플은 남달랐다.
지난달 31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3'(이하 '우결')에서는 가상 결혼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정준영-정유미 커플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작진으로부터 마지막 날이라는 미션 카드를 받은 두 사람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정유미는 “마지막이 당연히 올 거라 생각하고 언젠지만 몰랐을 뿐이지 그렇게 지냈는데 그걸 눈앞에 보니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정준영 역시 “현실을 믿을 수 없는 느낌이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이것 보다 ‘응? 그래?’ 이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별의 서운함 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 “짐부터 빼자”고 합의(?)를 본 두 사람은 위자료 없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반으로 나누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지인들에게 판매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이어 전화 판매가 시작됐다. 두 커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가수 에디킴과 배우 최태준이 각각 선글라스와 직접 담근 술, 가면과 ‘뿅망치’를 샀다. 또 다른 가상 커플 남궁민과 홍진영도 이들의 영업(?)에 넘어가 노래방 기계 등 다양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당치 않게 비싼 가격을 부르는 이들에게 지인들은 “부부사기단”이라고 일컬었다.
기분 좋게 판매를 마친 두 사람은 첫 만남의 추억이 담긴 운동장으로 갔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있던 정준영은 부인을 처음 만났던 날 불러줬던 노래를 다시 불렀다. 정유미는 “처음 만났을 때 노래를 잘 못 들었다. 그래서 고마웠다”며 가상 남편의 세심한 마음에 감동했다. 무심한 듯해 보였던 정준영이였지만, 그는 “처음 만난 날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느냐?”는 말에 “저 건물이랑 같은 색깔(민트색)”이라며 단번에 기억해 냈다.
첫 만남의 추억을 되새기고 난 후 두 사람은 또 다른 추억의 장소, 포장마차로 향했다. 국수와 소주를 앞에 두고 앉은 두 사람은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유독 많은 것들을 함께 경험한 커플이었다. 즐거웠던 오키나와 여행과 요절복통 마라톤, 티격태격 규칙을 정하기와 늘 게임과 내기, 다툼이 함께 했던 데이트, 어머니,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들까지 이들의 추억은 무궁무진했다.
정준영은 가상 결혼이 어땠는지를 묻는 아내의 질문에 “재밌을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고 짜증날 때도 있었다”며 짜증날 때로 “마라톤 연습”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유미는 “많은 커플이 있었는데 우리가 최고다”라고 말했고 이어 정준영이 “난데,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라고 하자 “그래도 나라서 가능했던 거지”라고 받아쳐 웃음을 줬다. 그러나 그는 곧 “나는 인정한다. 너이기 때문에 우리 커플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인내심 많은(?) 아내의 모습을 보였다.
'포카’와 ‘구리’라는 애칭으로 서로를 불렀던 두 사람은 로맨틱하지는 않아도 티격태격하는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난꾸러기인 4차원 남편과 이를 받아주며 함께 어울리는 마음 넓은 아내는 늘 유쾌해 자칫 달콤하기만 할 수 있는 '우결'에서 비타민 같은 활력소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렇게 독특한 커플을 도 볼 수 있을까?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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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