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이 아니다".
차두리(34, FC서울)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아버지 차범근 해설위원과 함께 기자들과 마주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홍명보호에 대한 조언과 함께 국민들의 성원을 바라는 자리였다.
고려대 재학시절인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 눈에 띄어 국가대표로 발탁된 차두리는 이후 성공과 함께 굴곡있는 축구인생을 살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나서며 분데스리가에도 진출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서는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서는 다시 대표팀에 복귀하는 등 여러가지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런 차두리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대표팀에게 했다.
▲ 습관이 아니다
한일 월드컵서 주목을 받고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을때만 하더라도 차두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아니 그는 오히려 자만감이라고 표현했다. 월드컵을 마친 뒤 당연히 대표팀에 합류하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사실이었다고 했다. 비록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대표팀에는 합류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다.
"분데스리가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상황서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 때는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A 매치가 있으면 다시 합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미디어 및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새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특히 독일에 있을 때는 팀에 국가대표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동료들도 굉장히 부러워 했다. 그래서 거칠 것이 없었다".
그만큼 차두리는 자신의 기량을 스스로 인정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지 않았다. 소속팀서 불안하기도 했고 흔들리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 2006 독일 월드컵에는 탈락했다. 독일 현지서 아버지와 함께 해설을 맡았지만 "내가 뭐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축구에 매진하기로 했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 대해 더 의미가 컸다. 얼마나 소중한지를 직접 몸으로 깨우친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좋은 팀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하기도 했고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 월드컵 출전은 축복
국가대표로의 책임감과 함께 월드컵 출전은 신이 준 축복이라고 말했다. 과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이 적어진 풍토서 차두리는 젊은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국가대표에 합류하고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말이다.
K리그서 활약하고 있는 차두리의 이야기는 울림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자신 뿐만 아니라 최근 K리그서 활약했지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배들의 몫까지 젊은 선수들이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처럼 노장들이 팀에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때 보다 선수들의 책임감이 늘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에 합류한 선수들은 많다. 그러나 월드컵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월드컵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젊은 선수들은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본인이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점이 대표팀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생각해야 한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지만 차두리는 선배로서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이 겪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비록 이번에 나서지 못한 것도 너무 아쉬워 했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것이 차두리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