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무도’ 발빠른 사과, 특급 예능의 막중한 책임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6.01 09: 35

제 아무리 9년 장수 예능프로그램이고 정교하고 세심한 제작으로 정평이 나있더라도 제작상의 오판은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실수를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가 중요한 것. ‘무한도전’은 실수를 인정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미 쏟아진 물을 억지로 주워 담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인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책임감이 성난 시청자들을 돌려세웠다.
‘무한도전’은 지난 달 31일 방송에서 관심을 받았던 차세대 리더 선거의 투표 결과, 유재석이 선출되는 과정을 공개했다. 이어 당선사례를 하기 위해 배우 김희애를 만나기 전 지난 달 24일 방송에 대해 사과를 했다.
노홍철의 짝을 찾아주기 위한 특집인 ‘홍철아 장가가자’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진심 있는 사과를 전한 것. 유재석이 차세대 리더로 선출된 가운데, 잘못을 저지르면 곤장을 맞겠다는 공약 이행이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을 대표해 “예능의 기본은 웃음을 드리는 것이다. 불편함을 드려서 죄송하다. 리더인 내가 책임을 져야겠다. 내가 먼저 곤장을 맞겠다”고 사과한 후 곤장을 맞았다. 엉덩이에 곤장이 닿았을 때 나는 찰진 소리와 함께 녹화 시간 30분 지각을 한 하하도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이어 김태호 PD도 제작진을 대표해 곤장을 맞았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자막은 왜 이 프로그램이 지난 9년간 시청자들에게 지독한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발빠른 사과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감정이 아닌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담겨 있었다. ‘국민 예능’으로서의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것. 치루 재발로 인해 곤장을 맞을 수 없었지만 소개팅 당사자였던 노홍철은 “피고름을 보여줄 수 있는 내가 맞겠다”고 나선 후 멤버들의 만류에 깊은 사과를 했다.
유재석이 차세대 리더가 되자마자 불거진 논란에 약속대로 곤장을 맞고,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한 이날의 방송은 ‘무한도전’의 장수 비결과도 맞닿아 있었다. 막중한 영향력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아도 잡음이 발생하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제작진과 출연진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 모여서 만드는 일이라 실수는 벌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예상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 ‘무한도전’은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쩡 넘어가는 우리 주변 혹은 '높은 곳에 있는' 이들과 달랐다. 또한 예능프로그램답게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장난스럽지 않게 접근하며 재미도 선사했다.
사실 노홍철 소개팅 성사 과정에서 멤버들이 주고 받은 여성에 대한 농담이 예능적인 재미로 접근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성에 대한 왜곡된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통감하고 수용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 덕분에 이 사과 이후 온라인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역시 '무한도전'이고, 이래서 '무한도전'을 사랑한다는 팬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무한도전’은 이미 촬영을 마친 노홍철의 소개팅 과정을 방송하지 않을 예정이다. 김태호 PD는 1일 OSEN에 “세심하지 못한 편집과 자막 실수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자초했다”면서 “노홍철 씨는 촬영 현장에서 상대방의 조건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 아쉽게도 그 부분이 편집이 됐다”고 소개팅 과정에서 멤버들의 농담이나 제작진의 자막을 통해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방송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김 PD는 “웃음 포인트를 따라간다고 제일 중요한 것을 놓쳤다”면서 “노홍철 씨는 시작 단계부터 가장 조심스러워했고 프로그램에 피해가 됐을까 걱정을 제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소개팅 과정이나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마무리했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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