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선미경, 김사라 기자] 늘 대형기획사에서 철저하게 기획된 아이돌 가수들의 인터뷰를 하다가 우정만으로 뭉친 팀을 보는 것은 꽤 신선한 일이었다. 홍보 문구를 외우듯 틀에 박힌 성실하고 바른 답변만 줄줄 흘러나왔던 어떤 만남들과는 달리 동네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듯이,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모두 담아 정곡을 찔렀다. 올해 데뷔 10년을 맞은 보컬그룹 스윗소로우(인호진,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는 대학교 때 만나 10년 넘게 함께 음악을 하면서 다져온 우정과 믿음으로 깨지지 않는 바위처럼 똘똘 뭉쳐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간지럽게' '사랑해'라고 속삭이던 스윗소로우는 생각보다 털털하고, 편안했다. 음악만 들으면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달콤함과 설렘이 느껴지지만 맥주잔에 과감하게 소주를 탈탈 터는 털털함도 있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농담을 건네기도, 또 때로는 촌철살인 뼈 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멤버들끼리 척척 주고받는 대답에서는 10년 이상 다져온 스윗소로우만이 가질 수 있는 진한 우정이 느껴졌다. 친구로 만나 가수가 되기까지, 또 가수가 된 후 10년 동안 꾸준히 같은 음악을 해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지금의 스윗소로우가 가능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10년 넘게 함께 활동하면서 갈등하고, 빈틈이 생겼을 법도 한데 스윗소로우는 멤버들은 허점을 찾을 틈을 주지 않았다.

# 친구라 가능한 10년 하모니
OSEN - 스윗소로우의 10년 하모니, 비결이 뭔가요?
김영우 - 우리가 기획된 팀이 아니라 친구로 만났던 사이라 가능한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죠.
OSEN - 오히려 친구라서 어렵지 않나요? 기획된 팀은 쌓인 게 있으면 직장 동료처럼 말할 것 같은데, 친구면 조심스러운 면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인호진 - 쌓인 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오히려 서로 간에 쌓인 것은 없고, 예를 들어 방송을 하고 나서 '너무 별로였어'라고 하면서 다 같이 모여서 열을 내고 풀어요. 집안에서 부부싸움을 할 때 둘이 싸우는 게 아니라 공공의 적이 있으면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것 같아요.
OSEN - 서로 노선이 다를 수 있지 않나요? 초반에 많이 그랬을 것 같은데요?
인호진 - 그렇죠. 그런데 넘어섰다고 해야 하나? 우리는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성향이 달랐죠. 저 같은 경우는 전략적인 마인드가 있어요. 머리로 다지면 창의적인 멤버가 다로 있고, 냉정하게 서로를 보는 멤버가 있죠. 그렇게 섞이다 보니까 서로 섭섭할 때는 있어요.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싶었는데, 이 친구가 '그런 건 좀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면 서운하죠. 그런데 이야기를 통해서 맞춰가는 법을 배웠어요.
김영우 - 우리는 이익이 우선이 아닌 거죠. 직장 동료라서 이익이 안 맞으면 '그럼 이제 안 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주장을 해서 호진이 형을 잃는 것보다 내가 주장을 안 하고 호진이 형을 안 잃는 것이 우선이에요.
인호진 - 정답이 없는 거죠. 내 생각이 맞다고 해서 셋이 아니라는데 굳이 뚫는 것보다는 '아닐 수도 있겠다' 하면서 맞춰가요.
OSEN - 웬만한 부부보다 더 돈독한 사이네요?
인호진 - 그렇죠. 만난 지 18년이 됐어요. 우리가 같은 뇌로 커간다는 느낌이죠. 권위라는 것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그 경험을 같이 하다 보니까 경험이 맞든 틀리든 '이때는 내가 맞았고, 이때는 얘가 맞았고' 하면서요. 이런 것들이 동등하게 쌓여가요. 그러다 보면 이 부분에서는 누가 더 맞고, 다른 부분에서는 누가 맞고, 결국 단어는 '존경'이죠. 신랑과 신부가 존경하듯이 그런 것이 생겨요. 무슨 일이 있으면 '이 형이 화가 나있을 것이다'하는 감이 와요. '오늘 밤에 전화 오겠는데?'라고 생각하면 그럼 전화가 오죠. 그럼 '형은 다혈질 좀 죽여야 돼' 이런 얘기를 하면서 넘어가고 그래요. 사적인 친구와 공적이 친구가 동등한 느낌이에요.
OSEN - 기획된 팀의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이런 면이 굉장히 신선한 것 같아요.
김영우 - 시간이 만들어간 경험치예요. 뭔가를 매뉴얼로 만들거나 하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평생 할 일인데 이번에는 이렇게 믿고 가보자'라는 느낌이랄까요?
스윗소로우 - 그렇게 이기려 하지 않으려는 것이 있어요. 취향이 대립하거나 그럴 때 기획된 팀은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OSEN - 저도 그런 스윗소로우의 음악을 좋아했어요.
인호진 - (음악을 좋아했다고 강조하자) 선을 긋는 거죠? '그럼 얼굴이겠어요?'하고. 언제부터 저희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 주셨나요?
OSEN - 너무 깊이 들어가면 곤란할 것 같아요? 하하하.
인호진 - 혹시 '정주나요' 때요(웃음)? 깊이 들어가지는 않을게요. 그런 분들이 많이 있어요. '오래 전부터 팬이에요'라고 해서 '와 어린 친구가 우리 팬이네. 언제부터요?'라고 물으면 ''정주나요' 때부터요'라고 하죠.
OSEN -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빈틈이 없다는 게 신기해요.
송우진 - 푸는 것이 중요하죠. 틀어지기 전에 얘기를 잘하고 푸는 편이예요.
OSEN - 그렇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요?
송우진 - 초반에 진환이가 주목을 많이 받았을 때가 있었어요. 진환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는데 '예능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인호진 - 진환이는 성대모사도 잘하고, 능력적인 부분도 가장 뛰어나서 예능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멤버예요. 그렇다보니 이 친구를 원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정작 자신이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합니다'하고 거절하자고 안 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죠.
OSEN - 그래도 저라면 팀을 위해서 참고 하라고 했을 것 같아요.
인호진 - 그렇게 하면 팀이 깨져요. 눈빛에는 있었어요. 하하하. 그런 눈빛은 보냈지만 제 성격상 그런 주장을 하지는 못해요. 이 친구도 내가 그런 마음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죠. 한 번 해서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하면 안 되는 거죠. 다행히도 진환이가 우리 같이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은 괜찮아 해요.
OSEN - 외로웠나요?
성진환 - 부담감이나 그냥 힘들었어요. 성대모사 계속 하고 그런 거요.
OSEN - 그래도 '조금 만 더 한다면'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김영우 - 노래하는 것은 일이 돼도 사실은 안 힘들죠. 팬들이 보고 듣고 좋아한다고 하고, 노래 대문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면 정말 음악할 맛이 나요. 그런데 방송은 정말 일 같아요. 내가 태생적으로 방송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앨범을 알리기 위해서 방송을 하게 되는 거죠. 이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니까 '내가 나가면 진환이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나를 원하지는 않고 그럼 어떡하지?' 이런 고민은 있었어요.
성진환 -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형들인데, 내가 개인기나 순간순간 튀는 것들이 있으니까 예능에서 원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내가 컨트롤해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도 힘들어요.

# 좋은 노래는 어떻게든 남는다
OSEN - 그런데 주로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시나요?
김영우 - 합정동에 작업실이 있어서 주로 그 쪽에 있어요. 아지트처럼.
OSEN - 가요 담당이라 신곡을 들어봐야 하는데, 가끔 이 곡이 왜 잘되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될 것 같은 곡이 82위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김영우 - 저희 이야기 하시는 거예요?
OSEN - 하하하. 아니에요.
김영우 - 그래서 1위를 하려고 애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어차피 모르는데 뭐. 결과를 보기는 해요. 음원차트를 보면 우리는 새벽에 떨어지고 아침에 올라요. 어머님들이 좋아하시니까. 새벽에 20 계단씩 떨어지더라고요.
인호진 - 그래도 어떻게든 좋은 음악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싱어송라이터, 이런 분들은 과정이 만족스러우면 결과가 그렇지 않아도 만족감이 클 때가 있어요. 우리 이미지를 아는 사람들에게 '아 얘네가 변하지 않았구나', '더 발전했구나' 이런 피드백을 받고 또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거죠. 차트 보고 화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영우 - 차트 분석은 하는데 그것을 반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우리가 '썸'을 봤다고 우리가 그런 노래를 만들자고 하지는 않는 거죠.
OSEN- 안 되는 곡을 듣고 배울 수도 있지 않나요?
김영우 - 그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너무 있는 척을 하거나, 너무 뻔하다거나 그런 것들은 차트에서 높이 있어도 안 부럽기도 하고요. 좋은 노래는 어떻게든 남아요. 생명력이 있는 거죠. 저희처럼 드라마에서 틀어줘서 사람들이 알게 되기도 하고요. 성공이라는 것을 10위권 안이라고 설정을 하면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우리가 진심을 다해서 즐겁게 만들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통하는 점이 있다면 어떻게든 알게 된다는 것을 10년의 경험으로 알게 됐어요.
OSEN - 조급해할 후배들은 절대로 모르는 거겠네요?
인호진 - 똑똑한 회사를 만나면 될 수 도 있죠. 음악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부르는 모든 아우라,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지만, '왜 이 친구들의 노래가 잘되지?'라고 하면 이유가 다 있더라고요. 예전부터 마케팅을 시작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음악 잘 만들고 음악을 뒷받침할만한 사전 작업 같은 것이 이 시대에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윤종신 형이 '뮤지션도 이미지화해서 멋있고 매력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멘트를 보고 정말 맞다고 생각했어요. 스윗소로우도 이미지가 있잖아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 '아 이것 스윗소로우가 하면 참 좋겠다'하고, 영상을 보다가 '이 영상에 그들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이미지를 더 발전하거나 그런 것을 위한 분석이지, 노래를 듣고 여기에 코드는 뭘 쓰고, 더 자극적인 단어를 써야한다 그런 분석은 아니에요.
OSEN - 1위를 해봤으니까 아쉬움이 없는 것 아닐까요?
성진환 - 사실 음원차트 같은 경우는 정액제가 있다 보니까 좀 믿을 수가 없어요.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더 좋은 노래 없을까?'라고 하면서 곡을 듣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차트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것에 맞추기 위해 곡을 쓰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왜곡됐다고 느끼는 이 시장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OSEN - 그렇다면 10년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요?
김영우 - 후배들이 우리의 얘기가 확 와 닿지 않을 수 있어요. 가끔 음악 방송에서 후배들을 만나면 서슴지 않고 '형 꼭 1등 해야죠'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에겐 그것만이 목표인 거죠. 물론 1등을 하면 좋겠지만 노래가 의미 있으려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OSEN - 그나저나 이번 티저는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인호진 - 그냥 아이폰으로 찍었어요(웃음). 회사에서 회의를 거친 후에 더 고급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이미지만 생각했을 때 우리는 '편한 오빠' 같은 이미지인데, 연예인스럽지 않은 이미지가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유명하신 분을 섭외를 해서 같이 작업을 했죠. 봄이니까 화사하게 할 수도 있지만, 흑백으로 했어요. 이것도 도전이었어요. 우리는 넷이서 어깨동무하고, 네 명 점프 하면서 찍어야 하는 이미지죠. 이번에는 우리도 '얘네도 남자네'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했던 거예요. 우진이 사진 보면 '남자네'가 아니라 '얘는 외국인이네'라는 이미지죠. 하하하.
OSEN - 내부적으로 성공적이라고 보나요?
스윗소로우 - 별로....... 싸우자는 거예요?(웃음)
# 부끄러우면서까지 히트할 노래 만들고 싶진 않아
OSEN - 그래도 신곡 낼 때마다 목표는 있지 않나요?
김영우 - 히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욕심을 버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하지만 그건 다 결과론적인 거고,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이야기할 때, 네 명이 좋다고 하면 어떤 느낌으로 가고 싶은지 맞춰서 이야기해요. 하다보면 생기는 목표들이 있죠. 아무리 히트했으면 좋겠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1등할 노래를 만들겠다고 한 대도 1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사실 저는 해봤어요. '간지럽게'가 조금 그런 느낌이었는데 잘 살아남긴 했지만 예상만큼은 아니었죠.
성진환 - 결국 나한테 부끄러우면서까지 히트할 노래를 만들고 싶지는 않은 거죠. 길게 보면 다 괜찮은 것 같아요. 나중에 봤을 때 우리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것을 하는 쪽에 더 관심을 두게 돼요. 어째든 정말 히트를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하지만 히트를 못한다고 실망하는 게 아니라 길게 보면서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다들 잘해왔다고 생각하고 있고, 점점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 때문이 아니라 넷이 아니었으면 안 됐던 거죠.
OSEN - 혹시 이번 타이틀곡에는 음원 분석한 게 들어갔나요?
김영우 - 우리끼리 있을 때 이야기를 하는 거죠. ''썸'은 이렇게 해서 된 것 같다. god는 이렇게 해서 된 걸까?'라고 그냥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는 뭐가 문제일까?'라는 이야기들을 했어요. '자 내가 이거 하나 썼어. 이게 어떤가? 이건 될까?'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인호진 - 이번 앨범을 제작하기 전에 네 명이서 지난해 겨울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했어요. 영우가 멜론 1위부터 100위까지 다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김태우는 김태우 같고, 린은 린 같고, 노을은 되게 노을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과 비슷했어요.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게 다가 아니죠. 오히려 자기가 형상화한 이미지를 강화시키더라고요. 그러니까 차트 78위에 스윗소로우가 있을 때, '아 스윗소로우답다'니까 78위에 있는 거겠죠. 100위권에 없어서 100위권에 들어가자는 게 아니라 스윗소로우를 찾는 게 이런 이유면, 더 잘해볼까 하는 거예요. 더 솔직한 가사와 희망을 주고, 위로할 수 있고, 기분 좋은 화음을 주자는 생각이에요.
OSEN - 저도 이번에 타이틀곡이 어떤 곡인지 모르고 들었는데, 사실 듣고 나서 '이거다'했어요.
김영우 - 사실 저는 이번 타이틀곡을 수록곡으로 제일 마지막에 넣으려고 했어요. '뷰티풀'을 타이틀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거 또 하네'라고 평가 한 줄 남겼다고 다른 걸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행사에 가서 '간지럽게', '정주나요'를 부르면 좋아해요. 굳이 내 색깔을 극복해야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편안해진 것 같아요. 아무리 화음을 우리끼리 천개를 쌓는다고 해도 우리는 브아솔은 아니죠. 마찬가지로 브아솔이 아무리 얄상하게 낸다고 해도 스윗소로우는 아니에요. 다 그만의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인호진 - 바람이 있다면 꾸준히 우리 포지션을 하는 거예요. 만약 우리가 당장 내일 일이 끊겨서 돈을 못 벌면 해체할 수도 있는 거죠. 공연을 열었는데 찾아주는 관객이 없다면 못하는 거잖아요. 아이돌 지도 같은 게 있던데, 다만 우리가 이 다원화에 어느 정도, 아주 작은 섬이라도 차지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이렇게 보컬하는 팀도 있구나'라는 거죠.
김영우 - 우리 스스로도 약간 우리를 언더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72위를 했다고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것까지 수치화를 시킬 수는 없잖아요. 차트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옳지 않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1등일 수 있죠.

# 30대 스윗소로우, 음악할 때만은 소년!
OSEN - 이제 완연한 30대, 가정도 생겼잖아요. 스윗소로우하면 설렘, 푸릇푸릇한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데 실제로는 스윗소로우의 인생이나 팬층이 달라지고 있어요. '음악이 달라져야 하나? 아니면 계속 첫사랑을 노래해야 하나?' 고민되지 않나요?
송우진 - 어느 순간 어색해지는 순간이 오긴 할 것 같아요.
성진환 -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김영우 - 두 부류가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맞춰서 나 자신의 음악 색깔을 변화시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변하지 않는 스타일을 계속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죠. 비치보이스, 마이클잭슨 같은 느낌만 봐도 그렇잖아요. 마이클잭슨이 50대라도 그 느낌이 그대로 가죠. 내가 보는 마이클잭슨은 그 나이에 보는 게 아니라 나에게 왔던 기억이나 처음에 만났던 느낌이에요. 음악을 했을 때 그 느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내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환상과 기억과 노래가 합쳐서 묶었던 포장지 안의 알듯 모를 듯한 무언가로 우릴 규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사실 나는 고민할 필요없다는 쪽이에요. 음악할 때 '나는 소년이다'라고 생각해요. 가정에 들어가면 아이 아빠지만, 내가 곡을 쓸 때는 때로는 울기도 하고, 아이가 있지만 첫사랑 느낌을 노래하기도 하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기도 해요. 나는 그때만큼은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퍼렐 윌리엄스가 '해피'를 지금 불러도 멋있지만 나중에 희끗희끗해졌을 때 불러도 멋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스윗소로우의 음악도 그렇게 고민스럽지는 않아요.
송우진 - 스윗소로우 노래 대부분이 20대를 이야기하는 노래죠. 남들은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하는데 스스로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진환이가 이번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유치한 가사를 나이 먹은 아저씨들이 진지하게 하는 것만큼 멋있는 것은 없다고 했는데 뭔가 왔어요.
OSEN - 그래도 고민이 전혀 없었나요?
인호진 - 아마 미리 해봤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데뷔가 워낙 늦었으니까요. 거의 서른 때 했어요. 그때도 '우리가 늦지 않았을까' 고민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 같아요. 뭐 어차피 우리가 늦었으니까요.
성진환 - 나도 '앞으로의 음악이 변할 텐데'라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게 우리끼리도 서로 안 맞는 옷이라고 생각하면 눈빛으로도 알아요. 같이 작업을 하고 곡을 만들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먹을수록 변하는 것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OSEN - 이제 친구들이 사회에서 완전히 자리 잡고, 많은 것을 누리는 듯한 나이잖아요. '내가 만약 음악을 안 했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인호진 - 친구들 만나서 부럽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부러운 것은 부모님이 잘 사는 애들이죠. 그래서 커피숍을 하는 애들(웃음).
송우진 - 오히려 친구들이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하잖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요즘은 직장인도 안정감이 없잖아요. 다들 너무 불안해해요.
김영우 - 저는 특히나 그렇죠. 처음엔 친구들이 저를 후원해주겠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처럼 탄탄한 고객을 가진 자영업자는 없어요. 우리 팬들이 얼마나 좋은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어디 고용돼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음악을 파는 자영업자라고요.
인호진 - 현실로 돌아오면 저와 우진이는 아내를 만나야 하는 거죠(웃음). 10년이 넘어가면서 어떤 인정이라는 것을 받고, 뮤지션으로서의 행보를 계속 하고 있고, 음악만 내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불려 다닌다는 것은 굉장히 희망적인 것 같아요.

OSEN - 불안하지는 않나요?
인호진 - 불안하긴 불안하죠. 불안하더라도 이겨낼 만한 동력을 가진 가수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인정 안 해줄망정 우리 넷은 헤쳐 나가볼 만해요. 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것도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성진환 - 불안한데 불행하지는 않은 거예요. '지금의 나보다 직장 다니고 있는 친구들처럼 조금 더 안정적이라면 행복할까?'라고 생각하면 아닌 거죠.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해요.
송우진 - 1~2년 돈을 못 벌었으면 이렇게 생각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생계에 위협이 될 만큼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OSEN - 업계 사람들은 그럴 수 있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가수는 다른 면도 있지 않나요? 친구들이 '너 음반 나왔는데 왜 '음악중심' 안 나오니?'라고 할 수도 있고요.
김영우 -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겠죠?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예전에는 다 설명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모르죠. 그냥 '나 잘하고 있어. 괜찮아. 고맙다'하는 거죠. 그거까지 상처받는 건 20대 때 맷집이 쌓였고, 30대 때는 '괜찮아'하고 넘어가요.
인호진 - 저희는 데뷔할 때부터 공연을 했어요. 공연하는 게 꿈인 가수들도 많은데, 우리는 안 될 때부터 계속 해왔던 거죠. 그게 인정받고 급기야는 '우리는 음원은 약한데, 공연은 잘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공연만큼은 정말 자신있습니다.
seon@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