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깰 겁니다".
SK 이만수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이만수 감독 본인이 갖고 역대 한 시즌 포수 최고 타율 기록을 이재원(26)이 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4할대 타율로 고공비행하고 있는 이재원의 타격 감각은 6월이 됐는데도 식을 기미가 안 보인다.
이재원은 2일 현재 164타수 70안타 타율 4할2푼7리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타고투저 시대를 맞아 무려 35명의 타자들이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재원은 유일한 4할 타자로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타율 2위 서건창(넥센·.379)과도 차이가 크다.

이재원의 4할대 타율 행진이 더욱 놀라운 건 그의 포지션이 포수이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에는 지명타자로 뛰었지만, 지난달 16일 대전 한화전부터 선발 포수로 나서고 있다. 그 이후 15경기에서 3할8푼7리의 타율로 4할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지명타자는 안타를 치지 못할 때 30분 정도 벤치에 앉아있을 때 생각이 많아진다. 수비를 하게 되면 그런 생각없이 타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기세라면 이만수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한 포수 한 시즌 최고 타율을 무난히 넘어설 수 있다. 이 감독은 삼성 시절이었던 1987년 무려 3할4푼4리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포수로는 규정타석 최고 타율.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떨쳤던 이 감독은 규정타석 3할 타율이 1984·1985·1987·1988·1991년 5시즌이나 된다.
그 외에는 1987년 빙그레 유승안(.308) 1996년 롯데 임수혁(.311) 2001년 롯데 최기문(.304) 2003년 현대 김동수(.308) 2004년 두산 홍성흔(.329) 2010년 LG 조인성(.317) 2010년 롯데 강민호(.305) 2011년 두산 양의지(.301)등 규정타석 3할 포수는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가 타격에서 정교함을 꾸준히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만수 감독은 "이재원이 포수를 하고 난 뒤 프로야구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포수를 하며 타격 전체 1위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4할 타율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름철이 돼 체력적으로 지치면 타율이 내려갈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포수 최고 타율에 대해서는 "세월이 얼마나 됐는데 벌써 깨졌어야 했다. 이재원이라면 당연히 깬다"고 자신했다.
이재원의 마음가짐도 여유가 있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끝난 그는 이튿날 "평소 7~8시간만 잤는데 어제는 13시간 동안 푹 잤다. 잘 치는 날에는 계속 영상을 다시보기로 어떻게 쳤는지 봐야 한다. 어제는 못 쳤으니까 볼 게 없더라. 긴장이 팍 풀려서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이날 2루타로 안타 1개를 재가동하며 4할2푼대 타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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