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위엄, 7년째 연속 블론 세이브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2 05: 59

한 번 실패는 있어도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오승환(32, 한신)이 일본 무대 첫 블론세이브의 아픔에서 손쉽게 벗어나며 시즌 14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연속 블론세이브’를 허락하지 않는 끝판대장의 강인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오승환은 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즈전에 팀이 4-1로 앞선 9회말 등판했다. 지난 5월 28일 세이부전에서 일본 무대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첫 실패가 오승환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던 터라 더 큰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완벽한 투구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3점차라는 비교적 넉넉한 상황에 등판한 까닭인지 오승환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첫 타자인 4번 나카타 쇼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깔끔한 출발을 알렸다. 장타력이 있는 나카타와 7구까지 승부를 벌였지만 151㎞짜리 강속구를 거침없이 던지며 나카타의 방망이를 끌어낸 끝에 헛손질을 이끌어냈다. 큰 산을 넘기는 대목이었다.

이후 후안 미란드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오승환은 마지막 타자 오비키 케이지를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14번째 세이브를 확정지었다. 날카로운 커터성 계통의 공에 오비키의 방망이가 궤적을 따라가지 못했다. 오승환은 평소와 같이 담담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첫 블론세이브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의 구위와 행동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무리투수에게 블론세이브는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팀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마치 역적이 된 기분이다. 때문에 그 기분을 빨리 털어내지 못할 경우 부진이 길게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나쁜 것에 대한 망각이 빠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기가 죽지 않는 선수다. 그런 성품이 마무리에 딱이라는 의견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실제 오승환은 한국무대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2번 연속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선수였다. 2007년 이후 기록을 살펴보면 오승환은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총 13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아무리 강력한 오승환이라고 해도 블론세이브를 죄다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그 후유증을 재빨리 털어냈다는 점에서 경쟁자들과 차별성이 있었다. 블론세이브 이후 그 다음 등판에서 9번이나 세이브를 챙겼고 나머지 4번의 등판에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징검다리 블론세이브도 없었다. 위기 뒤에 더 강해지는 선수였다.
한편 오승환은 이날 세이브로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 2위 미콜리오(히로시마, 11세이브)와의 차이를 더 벌렸고 평균자책점은 1.16으로 어느덧 0점대 진입도 기대할 위치에 이르렀다. 23⅓이닝에서 탈삼진은 27개, 피안타는 16개다. 일본에서도 오승환은 여전히 오승환스럽다. 오승환은 2일 휴식을 취한 뒤 3일 라쿠텐전에서 다시 세이브 획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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