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일과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경주'가 한국판 '비포 선라이즈'가 될 수 있을까.
7년 전 기억 속 춘화를 찾는 수상한 남자 최현(박해일 분)과 우아한 첫인상과는 달리 엉뚱한 여자 공윤희(신민아 분)의 1박 2일을 다룬 '경주'가 2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그 첫선을 보였다.
특히 '낯선 도시에서의 로맨스'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비포 선라이즈'를 연상케 해 유럽 여행 붐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포 선라이즈'처럼 '경주' 역시 그만큼의 사랑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경주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가 묘한 로맨스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경주'가 한국판 '비포 선라이즈'가 될 가능성은 짙다. 7년 전 기억 속 춘화를 찾아 경주의 한 찻집에 방문한 최현과 그 찻집의 주인 윤희의 만남은 이후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를 형성케 하며 로맨스를 예고한다.
또한, 경계했던 처음과는 달리 최현에게 호감이 생긴 윤희가 최현에게 "귀 한 번 만져봐도 돼요"라고 묻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숨을 죽이게 할 만큼 묘하다. 여기에 '낯선 도시'라는 설정은 분명 경주가 우리나라 한 도시임에도 불구,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국적으로 이끌며 로맨스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하지만 '비포 선라이즈'가 로맨스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경주'에는 로맨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에게 복잡함을 안길 가능성도 크다.
영화 '망종', '경계', '중경', '이리', '두만강' 등 전작들을 통해 조선족, 중국의 소수민족, 고향을 떠난 동포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애환이 담긴 삶을 집중 조명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장률 감독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 그 만의 메시지가 극 깊숙하게 깔려 있다.
작품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등장하는 죽음,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무덤인 릉(陵)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등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리고 환상과 실제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것 역시 단순히 '경주'가 로맨스 영화로만 끝나는 것을 막게 한다.
이러한 장치들이 영화 '경주'를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는 영화로 만들지만 '로맨스'만을 기대하고 왔던 관객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어 과연 '경주'가 이 모든 것을 뛰어넘고 한국판 '비포 선라이즈'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경주'는 오는 6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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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