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연기파 배우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비극적인 운명에 놓인 ‘트라이앵글’ 삼형제의 이야기에서 중심축을 책임지는 배우 이범수의 위압적인 연기가 또 한번 반짝거렸다. 눈빛에 처절하다 못해 폭발할 듯한 슬픔을 담았다.
이범수는 현재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고 형제들과 뿔뿔이 헤어진 죄책감에 분조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형사 출신 장동수를 연기하고 있다. 가족에게 상처를 안긴 고복태(김병옥 분)와 그를 수단으로 활용해 부를 축적한 윤회장(김병기 분)을 몰락시키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미약하고, 형제인 허영달(김재중 분), 윤양하(임시완 분)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해 이리저리 당하고 깨지기 일쑤다. 이 드라마가 삼형제의 재회와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복수에 성공하는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측면에서 맏형 동수를 연기하는 이범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슬픈 운명에 허덕이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묵직한 카리스마를 내뿜어야 하는 이중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 것. 이범수는 세밀하고 정교한 연기가 필요한 동수를 완벽히 소화하며 왜 그가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지난 2일 방송된 ‘트라이앵글’ 9회에서 동수는 복태의 막중한 힘에 또 한번 좌절했다. 믿었던 영달에게 마구잡이로 폭행을 당하면서도 기회로 삼고자 하는 살벌하고 단호한 눈빛은 모든 것을 잃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서늘한 분노가 녹아 있어 매서웠다. 복수를 다짐하며 “고복태 그 놈을 이런 식으로 끝낼 수는 없다. 내 손을 파멸시키지 못한다면 안 건드리는 게 낫다.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피력하는 이범수의 연기는 힘이 넘쳤고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더욱이 영달에게 “진심으로 부탁하자. 고복태 신임을 얻고 고복태 사람이 돼라. 부탁이다”라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치밀한 계획까지 세워 향후 동수가 펼칠 짜릿한 복수에 대한 기대를 걸게 했다. 이 같은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비상을 꿈꾸는 동수는 이범수의 처절한 눈빛 연기와 함께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빨아들였다. 그야말로 몰입도를 확 높이는 연기를 펼쳤다.
제작진과 대중에게 모두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것은 그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제 옷인 것마냥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기 때문.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큰 공백기 없이 연기를 이어나가며 대중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이범수는 ‘트라이앵글’에서도 자신만의 연기 세계인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소처럼 일하는 친근한 배우 이범수는 언제나 '옳다'.
위압감이 있으면서도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에서 탁월한 감정 연기 조절 능력이 있는 그는 삼형제를 연기하는 후배 김재중, 임시완과의 조화도 뛰어나다. ‘트라이앵글’ 속 삼형제는 존재를 몰라도 서로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껴야 한다. 겉돌면서도 왠지 친근한 조합을 형성하는 분위기는 누구와 있어도 자연스러운 이범수의 친근한 힘이 큰 작용을 하고 있다.
이범수는 ‘트라이앵글’에서 주연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연기에 있어서,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배우답게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함을 뽐내는 이범수가 있어 다소 아쉬움이 있는 전개에도 ‘트라이앵글’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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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