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찬(25, 두산 베어스)은 이번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운이 없는 마무리다. 팀은 28승 21패로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세이브 순위에서는 7위다. 팀 성적에 비해 낮은 순위다.
이용찬은 3월 29일 개막전에서 LG를 상대로 1이닝 퍼펙트로 세이브를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후 세이브 페이스는 좋지 못했다. 이용찬은 좋은 일(팀 타선 폭발)과 나쁜 일(팀 선발 조기강판)로 인해 세이브 기회를 쉽게 얻지 못했다.
현재까지 이용찬은 19경기에 등판해 홀드 없이 1승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고 있다. 5월까지 8세이브를 거뒀다는 것은 이용찬이 팀의 마무리라는 것을 알게 하는 기록이지만, 19경기에 나서 2.55의 평균차책점으로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인 마무리가 8세이브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이는 두산 타선의 대폭발과 관련이 있다. 두산은 2일까지 팀 타율 .310으로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15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로 상대 마운드를 공략했고, 이러한 경기가 계속되면서 이용찬은 좀처럼 세이브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또한 두산의 선발진 부진과도 연결된 문제다. 두산은 4월의 유희관, 5월의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한 선발진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끌려가는 경기도 많았다. 지는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고, 이길 때는 크게 이긴 것이 이용찬에게는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당초 두산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용찬이 너무 자주 등판하게 될까 걱정했지만, 뚜껑을 열자 180도 반대의 고민이 생겼다.
이러한 이유로 이용찬의 세이브 랭킹은 팀 순위에 걸맞지 않은 7위다. 선두인 손승락(넥센)과는 7개 차이. 개막 엔트리에 없었던 임창용(삼성)이 12세이브로 손승락의 뒤를 이었고, 박희수(SK), 하이로 어센시오(KIA), 김진성(NC), 봉중근(LG)이 이용찬 앞에 있다. 팀 성적에서 두산에 적잖이 뒤진 팀의 마무리인 박희수, 어센시오, 봉중근보다 세이브가 없다는 것은 불운이라는 말이 아니면 표현하기 힘들다.
단순히 세이브가 없는 것이 불운의 전부는 아니다. 세이브 기회가 없다 보니 컨디션 유지를 위한 등판이 많았고,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거나 경기 흐름의 긴장감이 떨어져 실점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4월 1.08이던 이용찬의 평균자책점은 5월 들어 4.32로 나빠졌다.
이제는 단순한 세이브 추가가 아니라 세이브를 통한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용찬은 세이브 기회를 얻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2개월에 걸친 불운을 묵묵히 이겨낸 이용찬이 6월에는 더 많은 기회를 세이브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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