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벌리(35,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꾸준한 투수 중 하나다. 늘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으로 팀에 보탬이 된다.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도 메이저리그 시절 자신이 본 최고의 투수로 마크 벌리를 자주 언급한다.
200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벌리는 2001년부터 1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특히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을 달성한 투수가 되며 10승 1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아메리칸리그의 올스타전 선발투수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14년 연속으로 10승 이상을 해낸 것은 90년대 최고의 좌완이었던 탐 글래빈의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이 부문 1위의 주인공은 전설적인 좌완 워렌 스판으로, 스판은 1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해내며 통산 363승을 올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스판이나 글래빈과 같은 명예의 전당 입성 투수들과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벌리에게도 영광이다. 동시에 벌리 역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벌리가 스판의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면, 통산 승수는 최소 236승이 된다.
사실 아마추어 시절의 벌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이정도 족적을 남길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화이트삭스가 그를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8라운드가 되어서야 지명했다는 점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38라운드에 뽑힌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데뷔만 해도 성공이다.
하지만 벌리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첫 해에 4승 1패, 평균자책점 4.21로 가능성을 보인 벌리는 다음 시즌부터 리그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벌리는 지금까지 올스타에 4번 선정됐고, 가장 좋은 수비를 보인 투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도 4번이나 받았다.
성적은 꾸준했지만, 벌리가 던지는 공은 항상 변화했다. 공이 빠르지 않은 투수로 분류되는 벌리는 데뷔 초기보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져 지금은 130km대 중반 수준이다. 포심의 비율은 40%를 밑돌고, 대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컷 패스트볼로 범타를 유도한다. 줄어든 구속은 피칭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벌리는 구종과 볼 배합의 변화로 이를 이겨냈다.
이런 변화가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2007년 3.63이던 벌리의 평균자책점은 매년 올라 2010년 4.28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2011년 3,59로 내려왔지만, 다시 조금씩 올라가 지난해 4.15가 됐다. 하지만 올해 현재까지 2.10으로 승승장구하며 노쇠했다는 주위의 평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벌리는 한 번도 최고의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벌리 이전엔 글래빈이 있었고, 벌리가 메이저리거가 된 뒤에는 사이영상 수상자인 랜디 존슨, 요한 산타나, CC 사바시아 등이 최고의 좌완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2010년대에는 클레이튼 커쇼가 독보적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앞선 꾸준함은 벌리를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엘리트 좌완 대열에 올려놓고 있다. 200승에 단 4승을 남긴 벌리가 올해는 꾸준함은 물론 압도적인 면까지 계속 이어가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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