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질 곳이 없다" 타고투저 시대, 투수들의 하소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03 11: 32

"던질 곳이 없다".
타고투저가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5.20까지 치솟았고, 리그 평균 타율도 2할8푼8리까지 올랐다. 경기당 평균 11.4득점이 쏟아지고 있다. 역대 최대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 평균자책점(4.98) 타율(.276) 경기당 득점(10.8) 기록을 모두 넘어섰다. 경기당 평균 홈런만 1.98개로 1999년(2.41개)에 뒤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여러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다. 외국인 타자 등장에 따른 공격력 강화, 투수들의 기량 저하, 공인구 반발력 문제, 타자친화적인 구장, 수비력 저하 등이 꼽히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투수들의 기량 저하인데 이는 스트라이크존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심판 문제는 스트라이크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스트라이크존은 심판 고유의 영역이지만 유난히 좁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하폭이 좁아져 투수들의 장타 증가율이 높아졌다. 볼넷 숫자 역시 지난해 경기당 평균 7.55개에서 올해 8.00개로 늘어나며 경기시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사자인 투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투수는 "전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좁아졌다. 스트라이크로 잡아줄 만한 공들이 볼이 되니까 던질 곳이 별로 없어졌다. 타자들의 기량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스트라이크존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타고투저 이유를 분석했다.
투수들에게 심리적인 영향도 준다. 또 다른 B투수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로 판정 나면 맥이 빠진다.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볼·볼·볼을 던지게 된다. 공 하나의 판정으로 그날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예민한 투수들에게는 공 하나 판정이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도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투수가 결정구로 던진 공이 애매하게 볼이 되면 더 이상 던질 공이 없어지게 된다. 올해 제구형 투수들이 고전하는 것도 스트라이크존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상하좌우 안 잡아주면 던질 곳은 가운데밖에 없다. 잇따른 오심 문제로 인해 소극적으로 변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당장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는 것이지만 이를 시즌 도중에 시행하기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한 관계자는 "심판들도 사람이기에 갑자기 존을 넓히게 되면 혼란이 올 수 있다. 과거 스트라이크존을 좁히고 늘릴 때에도 시즌 전에 결정해 캠프 때부터 충분한 적응 시간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런 존의 변화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 당분간 투수들의 시련이 계속될 듯하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