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다저스타디움(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장기계약한 고참 선수는 구단이든 감독이든 다루기 힘든 존재인 것 만은 분명하다. 더구나 선수의 의사와 팀의 사정이 충돌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인터리그 경기를 시작한 LA 다저스 선발 라인업에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최근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며 2번 타순에 위치했던 앙드레 이디어가 빠졌다. 이날 상대 선발이 좌완 호세 콴타나이므로 여기까지는 늘 보던 일이다.

하지만 이디어 대신 2번에 위치한 맷 켐프의 수비위치가 좌익수였다. 중견수로는 스캇 밴슬라이크가 이름을 올렸다. 타순은 6번이었다.
물론 켐프는 최근 좌익수로 선발 출장하고 있다. 본인은 중견수로 뛰기 원했지만 지난 해 받은 발목수술의 여파로 수비능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판단한 돈 매팅리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켐프에게 좌익수 이동을 권했다.
5월 29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처음으로 선발 좌익수로 출장했지만 이전 5경기에 연속 출장하지 못했다. 바로 전날인 5월 28일부터 좌익수 포지션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매팅리 감독은 “켐프가 새포지션에 적응하면(편안하게 느끼면) 언제든 출장시키겠다”고 말했지만 만약 좌익수를 맡던 칼 크로포드가 5월 28일 경기 도중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켐프가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켐프가 자신의 수비포지션 이동에 대해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징후들은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좌익수 훈련 첫 날 “얼마 동안이나 타구를 받았나?”는 질문에 ‘그냥 받았다”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새 포지션과 관련한 대답대신 “난 경기에 나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일 경기에서도 켐프는 중견수로 출장하는 것이 어떠냐는 코칭스태프의 질문을 받았지만 이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밴슬라이크를 중견수로 기용했다는 것이 현지 기자들의 전언이다. 밴슬라이크는 그 동안 좌익수로 주로 뛰었으며 중견수로 나선 것은 3일 경기 포함해서 3번 뿐이다.
올 시즌 켐프는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48경기에 출장하면서 .249/.304/.420(타율, 출루율, 장타율)에 머물고 있고 OPS 역시 .724이다. 5홈런, 15타점. 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2안타를 날리기 전까지 6경기 1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켐프는 다저스와 2019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내년까지는 2,100만 달러 씩 연봉을 받고 이후 4년간은 2,150만 달러 씩 받는 선수다. 이런 고액 연봉선수가 공격에서도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고 수비포지션을 두고는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다저스 구단 주변에서 켐프의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편 매팅리 감독은 이날 밴슬라이크의 중견수 기용에 대해 “이디어나 밴슬라이크는 전형적인 중견수는 아니다. 그러나 타구에 대한 판단력도 있고 점프력도 좋다. 기본적으로 중견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임시적인 상황”이라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nangap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