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은 활로(活路), 중앙은 사로(死路)일까.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상대인 러시아에 대한 공략 포인트를 잡았다. 바로 측면 공략이다. 측면 공략을 통해 러시아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손흥민과 이청용 등 빠르고 침투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들과 윤석영, 이용 등의 수비수들을 활용하는 것이 러시아전 첫 번째 옵션이다.
대표팀은 첫 경기인 러시아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첫 경기서 승리해야 상승세로 대회를 시작할 수 있고, 그 기세를 이어 알제리까지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월드컵을 보더라도 조별리그를 통과했을 때에는 첫 경기서 모두 승전보를 알렸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첫 경기가 열리는 브라질 쿠이아바와 같은 시차, 비슷한 기후를 지닌 미국 마이애미에 전지훈련지를 차렸다.

환경에 대한 적응에 들어간 만큼 이제는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세부적인 사항들이 필요하다. 바로 전술. 홍명보 감독은 측면 공략을 러시아전의 해법으로 채택했다. 단순히 공격때문은 아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고려한 데에서 나온 공략법이었다. 측면이 공격과 수비 모두가 사는 루트라는 것이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에 위치한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서 열린 훈련에서 홍명보호는 공격 전개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대표팀은 측면을 활용해 속도감 넘치는 공격 전개를 지속적으로 훈련을 했다. 중앙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후방에서 측면으로 공을 건네는 역할을 맡았다.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도 중앙을 활용한 움직임은 적은 편이었다.
이유 있는 선택이다. 러시아의 강점은 조직력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수준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펼친다. 러시아의 역습은 유럽의 강호들에게도 통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한국으로서는 경계 1순위다. 러시아에 역습을 허용하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그래서 중앙을 피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에서 공격을 전개하다가 공을 빼앗길 경우 치명적인 상황까지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우는 "러시아의 역습이 강하다. 역습 상황에서 우리의 수비 포지션이 중요하다"며 역습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위험한 지역에서 모험적인 패스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하며, "러시아가 역습이 강한 만큼 중앙보다는 측면으로 공격을 펼쳐 역습을 방지하려고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측면이 활로, 중앙은 사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러나 공략법이 정해졌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수비는 수비대로 러시아의 빠른 공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공격은 공격대로 측면을 통해 어떻게 러시아의 골문을 흔들 것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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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미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