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용우, "국가대표 첫 출전, 색다르고 떨렸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6.04 06: 44

지난 1일 한국 축구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가 있다. '광양의 로벤' 안용우(23, 전남 드래곤즈)가 그 주인공이다. 무대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쿠웨이트의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평가전이었다.
이날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격한 안용우는 7번을 달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유소년 시절을 통틀어 국가를 대표하는 첫 경기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기인 왼발이 빛났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도맡았다.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연신 문전으로 배달했다. 선제골도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전반 20분 안용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윤일록(서울)이 가슴으로 내줬고, 김승대(포항)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안용우는 지난 3일 OSEN과 통화에서 이틀 전 그 떨림을 수화기 너머로 전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첫 경기는 색다르고, 떨렸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뛰려 했다. 경기하기 전엔 많이 떨렸는데 막상 들어가니 긴장이 풀려 괜찮았다."
안용우는 "아직 아시안게임 대표가 확정된 게 아니다. 욕심은 있지만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의 활약이 첫 태극마크로 이어졌다. 프로 입단 첫 해 전반기 12경기 중 11경기에 출전한 안용우는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전남(4위)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순도도 높았다. 그의 2도움은 모두 결승골로 이어졌다.
안용우는 "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골이나 도움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 수비수부터 공격수까지 모두 자기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운이 좋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안용우는 이미 전남에선 유명인사다. '광양의 로벤' 혹은 '광양의 긱스'로 불린다. 안용우에게 맘에 드는 별명을 딱 하나만 꼽아달라고 묻자 "광양의 로벤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쑥스런 웃음을 지었다. 안용우는 "호날두와 박지성 선배가 롤 모델이다. 축구 외적으로도 존경받을만하고 성실한 선수들"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장의 신뢰도 남다르다. 현역 시절 '왼발의 달인'으로 불렸던 하석주 전남 감독은 "안용우가 내 데뷔 첫 시즌보다 훨씬 잘한다"며 애제자를 높이 평가했다. 하 감독은 올 시즌 서울과 개막전부터 줄곧 안용우를 중용해왔다.
안용우는 "프로 첫 경기 땐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차라리 경기장 안에서 빨리 뛰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그날의 떨림을 회상한 뒤 "기회를 주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이뤄놓은 게 많으신 분이다. 나는 아직 시작 단계"라며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안용우는 포항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동갑내기' 김승대(득점 1위, 7골)와 함께 K리그 영플레이어 후보로 꼽힌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혀 승대를 비롯해 동료들과 많이 친해졌다"는 안용우는 "승대는 나를 전혀 (영플레이어상)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 하지만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승대가 유력하지만 시간이 많다. 얽매이지 않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팀도, 나도 발전하다 보면 영플레이어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남은 지난 1995년 노상래 전남 코치 외에 신인상을 배출한 적이 없다. 안용우는 전남 팬들의 오랜 숙원을 이뤄줄 수 있는 희망이다.
안용우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아시안게임에 나갈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안용우의 장밋빛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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