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SBS 예능프로그램 ‘심장이 뛴다’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이 들썩였다. 몇몇 출연자들은 출연료 삭감까지 언급하며 프로그램 폐지에 진한 아쉬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 반대 서명운동까지 펼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된 ‘심장이 뛴다’는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소방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통해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되새겨 보기 위한 취지로 시작, 최근에는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3일 방송 또한 모세의 기적 연상선상에 있었다. 이날 방송된 ‘심장이 뛴다’는 좁은 골목길을 막은 불법주정차로 골든타임을 놓쳐 화재 피해가 커진 안타까운 사례를 통해 소방차 진입너비 3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최우식이 찾은 화재현장은 인근 소방서에서 불과 2,3분 거리. 당시 소방차는 화재 신고를 받고 신속하게 출동했지만, 좁은 골목을 막은 불법 주차 탓에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6분이 걸렸다.
특히 소방관들은 소방차에서 내려 달린 후 진입로를 확인, 다시 소방차로 복귀해 수신호로 소방차를 유도했고 12개의 호스를 연결해 언덕에 있는 화재현장으로 달리며 화마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결국 마구잡이 불법주차로 인해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 현장을 직접 방문한 최우식은 “단지 이틀 전에 화재가 났고 사망자가 두 명이나 발생했기 때문에 차들을 벽쪽으로 바짝 붙여놓으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지키는 것도 잠시일거다. 보름이나 다음 달이 되면 거기는 또 자리가 안 남을 것”이라고 씁쓸해하며 비극을 기적으로 바꿔줄 ‘3M의 기적’을 간절히 기원했다.
여기에 ‘심장이 뛴다’는 장성 요양병원 화재 피해자 홍왕석 소방관의 사연을 공개, 소방관의 의무를 다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찾는 것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소방관의 슬프고 무거운 숙명을 전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이 ‘심장이 뛴다’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더 없이 명확하다. ‘심장이 뛴다’에는 예능을 넘어선 감동이 있고, 단순히 시청률로 평가받기엔 공익적 가치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가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수다가 전부였던 예능 소재가 연애, 힐링, 가족 여행, 육아 등으로 확대되며 예능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예능 홍수 속 ‘심장이 뛴다’ 같은 대체불가한 착한 예능 하나쯤은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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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