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같은 속공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핸드볼 남자대표팀의 비장한 각오다. 3일 오후 태릉선수촌에서 연일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고 있는 남자핸드볼대표팀의 훈련을 엿보았다. 대표팀은 중동의 강호들을 상대로 할 칼을 갈고 있었다. 바로 속공이었다.
오후 3시부터 몸을 푼 대표팀은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돌입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강도 높은 훈련에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선수들도 녹초가 됐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김태훈 감독은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태훈 감독은 “미들속공과 퀵스타트를 중점적으로 훈련시켰다. 세트플레이의 콤비네이션도 점검을 했다. 특히 수비보다는 공격, 속공에 중점을 뒀다”고 훈련을 소개했다.
지난 2월 바레인에서 끝난 제16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5위를 했다. 한국은 내년 카타르 세계선수권 진출티켓 확보에도 실패했다. 최근 핸드볼에서 중동세의 약진이 두드러진 탓이다. 김 감독은 “카타르, 이란, 바레인, 사우디, 쿠웨이트가 라이벌이다. 자국에서 핸드볼이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 유럽의 유명선수를 귀화시키기도 한다”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대표팀이 속공에 중점을 둔 이유도 중동의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체격에서 불리한 한국이 그들을 넘어서려면 수비진영이 갖춰지기 전에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태훈 감독은 “준비만 잘하면 아시안게임 승산이 있다. 다만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입어 걱정이다. 부상선수들이 돌아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정신력은 매우 좋은 상태”라고 자신했다.
남자대표팀도 여자대표팀 못지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슬로베니아 출신 유레 슈테르부흘 피지컬 코치를 영입했다. 김태훈 감독은 “아무래도 한국은 핸드볼 훈련이 체계적이지 않다. 유럽에서 온 코치가 핸드볼에서 쓰는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잘 소개해주고 있다”면서 매우 만족했다.

유레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빠르고 똑똑하다. 유럽 선수들이 크고 강하지만, 핸드볼은 몸으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머리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선수들이 훈련만 잘 한다면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자대표팀은 오는 6일 오후 2시와 8일 오후 12시에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크로아티아는 국제핸드볼연맹 랭킹 10위로 한국(19위) 보다 한 수 위에 있는 팀이다. 한국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크로아티아와 5번 맞붙어 1승 4패로 열세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태훈 감독은 “리그가 끝난 지 얼마 안 됐다. 손발을 많이 맞추지는 못했다.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속공과 미들·롱 속공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구상했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