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신고선수 성공 대 잇는 정훈 문우람 김다원 채은성 박해민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4.06.04 08: 09

롯데 1번타자 정훈(27)이 최다연속타석출루기록을 세우던 지난 6월 1일 잠실 두산전. 7회초 정재훈을 상대로 중견수 플라이를 날려 13타석연속출루 타이기록으로 그쳤습니다.
그 순간 관전하던 사람들은 정훈이 몸쪽으로 날아온 볼을 피하지 말고 출루해 신기록을 세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정훈은 5월 30일 두산전에서 2연타석, 5월31일 7연타석 출루를 이어온 정훈은 이날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쳤습니다.

그리고 5회 2사 2루에서 노경은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7구째 138km짜리 포크볼을 좌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투런홈런(올 시즌 1호)으로 날렸습니다.
이로써 정훈은 2003년 이호준(당시 SK), 2007년 제이콥 크루즈(당시 한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3연속 출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습니다.
경기 후 정훈은 “나에게는 역사적인 날이 됐다. 기록을 세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영광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기록을 세울 수 있는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섯 번째 타석에 선 정훈은 1볼2스트라이크에서 몸 쪽으로 향한 공을 피하고 2볼2스트라이크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습니다
정훈은 “타이기록을 세울 때까지는 의식하지 않았다. 양의지(두산)가 출루 한 번만 더하면 신기록이라고 말해주더라. 마지막 타석은 의식해서인지 공이 작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훈은 정재훈의 몸 쪽 공에 대해 “공을 피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요령껏 맞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훈은 지난 해 시즌 후 처음으로 연봉 협상을 한 신고선수 출신의 무명선수입니다.
작년 그의 연봉은 4,200만원, 올해는 3,800만원 올라 연봉 8000만원을 받게 됐습니다. 작년 주전 2루수로 한 시즌을 뛴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셈입니다.
마산 용마고 출신 정훈은 2006년 현대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습니다.
정훈의 현대 입단 동기는 강정호(넥센)와 황재균(롯데), 신현철(SK), 유재신(넥센) 등 쟁쟁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그는 현대에서 잘하지 못해 방출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육군에 입대해 9사단에 배속 받아 훈련소 생활을 거쳐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창원 양덕초등학교 코치 일을 시작했고, 용마고 박동수 감독 권유로 롯데 신고선수 테스트를 받아 합격했습니다.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정훈은 미친 듯이 야구를 했습니다.
2010년에 1군 데뷔전을 치루고 29경기에 출장하고 2012년에 78경기에 출전, 백업 내야수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해는 주전 2루수로 113경기에 출전, 타율 2할5푼8리 88안타 5홈런 37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6월 3일까지 한 경기만 빠진 47경기에 나가 54안타 1홈런 27타점에 타율은 팀에서 히메네스(.377)-손아섭(.352)에 이어 세번째로 3할2푼9리(전체 19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2루수로 실책은 4개를 기록했습니다.
동기인 황재균은 정훈을 ‘정시카’라는 별명을 붙여 놀립니다.
정훈이 새 별명 '정시카'를 얻은 건 지난 5월 21일 포항 삼성전에서 저지른 수비 실책 때문입니다.
삼성의 8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1루 주자 이지영과 3루 주자 박해민이 이중 도루를 감행하자 포수 용덕한은 이중 도루를 간파하지 못하고, 2루에 공을 던졌습니다. 그사이 3루 주자 박해민은 홈을 밟았고, 이지영은 런다운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지영을 몰던 2루수 정훈이 유격수 문규현에게 송구한다는 걸 그만 땅으로 꽂아버렸습니다. 정훈의 어처구니없는 송구 실책에 이지영은 1루에서 살았습니다.
그의 패대기 송구가 마치 패대기 시구를 선보인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와 같다고 해서 '정시카'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붙은 것입니다.
그러나 정훈은 이제 롯데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전2루수이고 13타석연속출루 타이기록을 세운 대타자가 됐습니다.
신고선수로 성공 신화를 쓴 선수는 제법 많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정식으로 등록되는 각 팀당 63명에 포함되지 않고, 선수로 신고만 되어 있는 신고선수는 최저연봉(2,400만원)을 보장받지 못한 가운데 등록선수가 되려면 정식선수보다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연습생 신화' 의 첫 주인공은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의 유격수 장종훈으로 1987년부터 2005년까지 뛰면서 통산 340개 홈런에 시즌 최우수선수(MVP) 2회, 골든글러브 5회를 수상한 전설적인 홈런왕입니다.
뒤를 이어 한용덕(한화 투수. 120승) 조경택(한화 포수), 김민호(두산 유격수. MVP 1회, 838안타),
김상진(OB-SK 투수. 122승), 김민재(한화 2루수. 대표팀 선수),
조웅천(SK 투수. 초대 홀드왕 세이브왕), 박경완(SK 포수. MVP 1회, 골든글러브 4회, 300홈런),
손시헌(두산 유격수. 골든글러브 2회), 이대수(SK-한화-SK. 유격수. 골든글러브 1회),
이종욱(현대 정식선수에서 방출 후 두산 신고선수 외야수. 골든글러브 1회, 도루왕 1회, 득점왕 1회), 김현수(두산 외야수. 2008년 타격-최다안타-출루율 3관왕,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이재우(두산 투수 정식선수에서 부상으로 빠졌다가 신고선수로. 2005년 홀드왕), 김수완(롯데 투수. 2010년 5승2패),
허도환(두산 방출 후 팔꿈치 수술과 병역을 마치고 넥센 신고선수로 입단해 1년반만에 주전포수), 박석진(삼성-롯데 투수. 시드니 올림픽 대표선수, 2001년 최우수 평균자책점 수상),
이병규(LG 7번 외야수), 서건창(LG에서 2008년 방출 후 현역 제대 후 넥센 신고선수로 입단한 2루수. 2012년 신인왕 및 골든글러브 수상),
이지영(2008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진갑용을 잇는 포수로 성장)
올해 주목할만한 신고선수 출신은 정훈 외에 넥센의 외야수 문우람(22)과 KIA의 내야수 김다원(29), LG의 내야수 채은성(24), 삼성의 외야수 박해민(24) 등이 있습니다.
문우람은 광주동성고를 나와 2011년에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지난 해부터 눈에 띈 3박자를 갖춘 선수입니다.
올해 6월 4일 현재 성적은 4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3푼5리, 27안타 3홈런 12타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다원은 동성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2008년 신고선수로 한화에 입단해 당당한 체격(185cm•83kg)에 빠른 발, 장타력를 갖췄지만 2010년 KIA로 트레이드될 당시 아쉬워한 한화 팬들이 많았습니다.
올 시즌 성적은 17게임에 3할5푼1리, 13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 중입니다.
채은성은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에 LG에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했지만 포수로 옮겼다가 동료들과 경쟁에서 밀리자 현역 의장대로 2년간 복무 후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27일 삼성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습니다.
지난 주 넥센 3연전에서는 5안타를 몰아쳤는데 31일엔 3타수 3안타를 때렸습니다.
현재는 6경기에 타율 4할3푼8리, 7안타 2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일고-한양대 출신의 박해민(24)은 2012년 신고선수로 입단해 지난 해 1경기에 출장했습니다.
올해는 치열한 삼성 외야진 경쟁에서 빠른 발과 폭넓은 수비로 38경기에 출장 중입니다. 타율 2할9리 9안타 9도루 5타점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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