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 병마 딛고 일어선 SK의 기대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4 13: 56

“눈이 안 보일 수도 있고, 기억상실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2012년 박계현(22, SK)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훈련을 하다 어지럼증이 자꾸 나타나 병원을 찾은 박계현은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흔하지 않은 병인만큼 치명적이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 수술밖에는 답이 없었다. 그러나 부작용을 경고하는 의사의 말이 박계현의 귓전을 때렸다. 수술이 잘못될 경우,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은 고사하고 일반인으로서의 인생도 힘들어질 수 있었다.
누구나 망설일 만한 순간, 박계현은 “수술을 받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완쾌되지 않으면 더 뛰어난 야구 선수로서의 성장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박계현은 “그 정도 선수로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굳은 의지로 수술대에 올랐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박계현의 “드디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됐다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만약 당시 후유증을 우려해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SK는 박계현이라는 숨은 원석을 세상에 내놓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전 내야수들의 줄부상 속에 최근 1군에 합류해 기회를 얻은 박계현은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박계현은 올 시즌 9경기에 출장해 타율 5할과 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팬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고 발이 엄청나게 빠르다”라던 지난해 퓨처스리그 관계자들의 평가는 허언이 아니었다.
빠른 발은 가장 큰 무기다. 박계현은 네 차례 도루 시도에서 모두 성공하며 상대 배터리의 혼을 뺐다. “1루에서 2루까지 아홉 걸음 정도면 갈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피드와 주법 모두가 경쾌하다. 가장 친한 동기이자 리그 도루 순위표를 주도하고 있는 박민우(NC)와의 비교에 “내가 더 빠를 것”이라고 웃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 SK로서는 오래간만에 빠른 발을 가진 내야수의 등장이기도 하다. 팀이 박계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방망이 재질, 빠른 발보다 더 돋보이는 점이 있다. 바로 선수의 굳은 심성이다. “평소에도 잘 긴장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박계현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의젓하다는 인상을 준다. 멀리 보는 시각도 가졌다. 사실 박계현은 지난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도 1군 선수단과 동행했던 기억이 있으나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한껏 높아진 기대에 더 큰 좌절할 수도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박계현은 “아쉬움이 없었다. 오히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겪어보니 나도 1군에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라고 웃었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을 채찍질했고 교육리그에서 배운 것을 되새기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 결과는 최근의 맹활약이다.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3루를 맡아 보면서도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사실 박계현이 1군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부상에서 돌아오면 최정은 부동의 3루수다. 3일 트레이드로 이대수를 영입해 내야수들의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큰 병마를 딛고 이겨낸 박계현의 성공에 대한 의지와 굳은 심지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다. 박계현이 이런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면, 힘차게 굴러가는 SK의 차세대 바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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