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면 고생이라잖아요."
월드리그 출전 중인 남자 배구 대표팀이 원정의 어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국내 훈련과 달리 사소한 것 하나부터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3일 오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인근 피트니스센터로 이동했다. 한국 대표팀 가이드는 "체코 대표팀과 훈련시간이 겹치지만 시설이 넓어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고 운동기구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먼저 도착한 체코 선수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운동을 하고 있어 편안하게 사용하기 어려웠다.

경기가 열릴 예정인 버드바 아레나에서 치러진 오후 연습 때는 박기원 국가대표팀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예정된 시간이 됐지만 체코 대표팀의 연습이 끝나지 않아 체육관 입장시간이 약간 늦어졌다. 식사나 빨래 등도 김경훈 코치와 대표팀 스태프가 나서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박기원 감독이 코트 위 작은 것 하나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박 감독은 연습용 공을 점검한 뒤 체코 관계자를 불렀다. 이어 직접 기압계를 공에 꽂아 보여줬다. 공의 압력이 다소 낮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박 감독의 눈에 들어온 건 네트기둥. 보호용 스펀지가 벗겨져있어 혹시나 다칠 수도 있었다. "반창고 좀 줘." 박 감독은 주성훈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반창고를 붙여 마무리했다. 조명 역시 체크대상. 박기원 감독은 "조명이 다 켜진 거냐"고 관계자에게 물어본 뒤 "경기에 적합한 지 조도를 체크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모로 좋지 않은 조건이지만 대표팀은 체코를 상대로 치러지는 2경기에서 1승 이상을 노리고 있다. 내년 시즌 잔류는 물론, 월드리그를 통해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전력과 전술을 다지려면 초반에 승수를 따내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박기원 감독은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네덜란드전 승리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기분 좋게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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