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야를 지키며 격조높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펠릭스 피에, 롯데 자이언츠 새로운 4번 타자로 부산의 영웅으로 거듭니고 있는 루이스 히메네스는 각 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복덩이다. 이들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피에는 타율 3할8리 3홈런 3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외국인타자들 가운데 가장 적지만, 타점은 팀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게다가 피에는 불안했던 한화 외야 수비를 탄탄하게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다.
히메네스는 외국인타자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율 3할7푼7리 11홈런 44타점으로 롯데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다. 히메네스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롯데 타선은 한층 파괴력을 갖추게 됐다. 게다가 밝은 성격으로 팀 내 분위기 메이커까지 자청하고 있다.

이들 두 명은 이번에는 사직구장에서 '개그대결'을 벌였다. 4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던 두 팀의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오후 6시 30분이 됐지만 내리는 비의 양이 적지 않아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오지 않고 일단 대기했다. 결국 유남호 경기감독관은 오후 7시 우천연기를 결정했다.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비를 피하며 하염없이 경기 시작을 기다렸지만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경기를 기다리던 팬들을 위해 양 팀 외국인선수가 나란히 나서 개그 맞대결을 펼쳤다.
올해 사직구장은 39억원짜리 최신식 전광판을 새로 설치했다. 가로 35미터, 세로 15미터짜리 초대형이다. 무려 1500인치나 된다. 게다가 풀HD 화질이라 깨끗한 화면까지 자랑한다. 히메네스와 피에는 대형 전광판에서 개그 맞대결을 펼치며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경기 연기결정 5분을 앞두고 갑자기 카메라가 양 팀 더그아웃을 비췄다. 화면을 둘로 나눠 왼쪽에는 피에, 오른쪽에는 히메네스가 등장했다. 먼저 히메네스가 선공을 가했다. 피에의 타격 준비자세를 따라했는데 장갑을 요란스럽게 벗고 눈을 가리는 특이한 행동을 그대로 흉내냈다.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피에는 곧바로 반격을 개시했다. 어디선가 헬멧을 구해오더니 헬멧 안쪽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히메네스의 집중력 수련법을 그대로 따라했다. 피에의 눈동자는 한가운데로 몰렸고 히메네스도 그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선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적응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 피에와 히메네스 모두 영입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들을 빼놓고는 라인업을 짤 수 없을만큼 존재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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