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LG는 마치 ‘마이웨이’를 외치듯 외국인선수를 영입했다. 대부분 팀들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거나, 마이너리그를 점령한 AAAA급(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사이) 선수들을 데려온 것과 사뭇 달랐다.
LG가 계약한 조쉬 벨은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1할대에 불과했다. 코리 리오단은 2013시즌 트리플A 평균자책점이 6점대였다. 에버렛 티포드의 영입과정도 특별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메이저리그 개막전 엔트리 진입에 실패한 선수들을 추려서 티포드를 뽑았다. 레다메스 리즈의 부상 사고로 인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어쨌든 티포드는 캔자스시티 메이저리그 팀과 마이너리그 팀을 오가며 미국서 2014시즌을 준비했고 정작 시즌은 한국서 맞이했다.
4월까지는 대반전, 그야말로 장밋빛이었다. 벨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렸고, 리오단은 기복은 있었으나 150이닝 정도는 소화할 것으로 보였다. 티포드는 메이저리그 출신답게 다양한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 4월에 치른 4경기서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했다. 리즈의 공백을 완벽히 메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투구내용만 놓고 보면 1·2선발로 배치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런데 5월부터 정반대가 됐다. 특히 벨은 5월에 치른 22경기서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4월까지 장타율이 .606이었는데 5월 한 달은 장타율 .256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OPS 또한 .997에서 .564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리오단의 기복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4.13에서 5.79로 올라갔고, 4월까지 경기당 6⅓이닝을 소화했던 것도 5월에는 5⅔이닝으로 떨어졌다. 피안타율도 2할3푼8리서 3할4푼4리로 올라갔다. 기대가 컸던 티포드도 마찬가지. 볼넷이 급증하며 5월 평균자책점 6.20를 찍었다.
셋 중 한두 명은 교체될만한 상황.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지난 3일 “외국인 교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외국에 스카우트를 보내지 않은 상태다. 물론 리스트는 가지고 있지만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지금 시점에선 좋은 외국인선수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 감독 말대로 지금은 여러모로 수준급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가 어렵다. LG는 벨과 티포드에게 각각 약 50만 달러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비슷한 규모로 외국인선수를 뽑으려한다면, 절대 수준급을 수급할 수 없다. 일례도 다른 팀들이 영입한 거물 외국인선수들은 100만 달러 전후, 혹은 다년 계약을 맺고 한국에 왔다. 애초에 실탄싸움에서 LG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현재 양 감독은 교체가 아닌 지도로 이들의 기량을 끌어내 팀 전력을 향상시키려고 한다. 부임 직후 리오단과 원포인트 레슨에 임했고, 티포드와도 상담을 통해 부쩍 늘어난 볼넷의 원인을 찾고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벨에게 심리적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김 코치는 벨을 두고 “스윙 자체가 땅볼이 많이 나오는 스윙이다. 공을 띄우는 스윙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일단 현재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래서 ‘잘 맞출 수 있는 공을 기다려라’고 주문했다.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는데 안정을 찾아 잘 치게 하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향후 30경기 결과에 따라 LG가 노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감독은 리빌딩 시점에 대해 “앞으로 한 달은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 일단 다음 휴식기까지 치러지는 30경기서 좋은 경기를 펼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성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후반기에는 외국인선수의 출장을 줄이고 국내선수들을 투입할 확률이 높다. 안 그래도 약 2주 후에 이병규(9번) 김광삼 신정락 등이 복귀할 예정이다. 이병규는 벨 대신 중심타선에 배치될 수 있고, 김광삼과 신정락은 선발투수로 분류되어 있다.
양 감독은 “벨의 출장 빈도를 조절할 생각도 있다. 한 방을 치지는 못해도 출루하고 뛸 수 있는 국내선수들이 벨의 자리에 들어가는 게 팀을 위해서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존경쟁을 암시했다. 즉, 이제는 아무리 외국인선수라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자리를 잃을 수 있다. 티포드와 리오단은 오는 KIA와 주말 3연전 1차전과 3차전에 선발 등판할 계획이다. 김광삼과 신정락이 올 때까지도 고전하면, 선발진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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