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 29일 개봉)는 또 다른 의미에서 배우 조진웅의 '끝까지 간다'라고 할 만 하다. 그 만큼 숨 멎을 듯한 강렬함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끈다.
'끝까지 간다'는 한 순간의 실수로 시작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는 고건수(이선균)와 이런 고건수를 협박하고 죄어오는 정체불명의 인물 박창민(조진웅)의 추격을 그린 영화. 조진웅은 극 중 박창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이번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돼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보고나서 '와, 이건 뭐지?' 이런 느낌이었죠. 감독님의 전작과 너무 달라 놀라기도 했고요. 오래 전부터 준비 하신 건데,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1위를 한 작품이에요. 그러고보니 공모전 1위 작품을 두 개나 했네요. '베스트셀러'와 '끝까지 간다' 하하. 두 편 다 4년 전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성한 작품이거든요."

탄탄하고 잘 짜여진 스토리를 자랑하는 영화. 그러면서도 너무 계산적인 느낌이라 식상하거나 관객을 질리게 만들지도 않고, 제목처럼 뚝심있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사실 처음의 제목은 '무덤까지 간다'였다. 바뀐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그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때 윤종빈 감독이 처음에는 '풍문대부'란 제목 어때요?, 라고 했어요. 그 때 '흠' 싶었는데 나중에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좋은 제목으로 새롭게 탄생했죠. 이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박창민이란 캐릭터가 인상 깊다. '별에서 온 그대' 마냥 판타지 같은 인물인가 싶다가도, 실제 저런 인물이 충분히 존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악역이지만 완벽한 악역이라고 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첫 등장에서부터 매력적이다. 조진웅은 이런 박창민을 과연 어떻게 해석했을까.
"시나리오 상의 대사 같은 건 가이드 정도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죠. 애를 먹었어요. 제가 보기엔 악역도 아닌 것 같고, 그냥 고건수의 상대축이란 느낌이었어요. 실수를 의도한 인물이죠. 고건수라는 인물을 굉장히 쪼아야 하는데 어떤 표정이 좋고 어떤 행동이 나을까 계속 생각했고, 박창민의 구체화되고 본질적인 모습은 뭘까, 어떤 인간일까를 고민했죠. 제가 생각한 박창민은 UDT 출신이예요. 영화 속에서는 잠수 기록을 깼다, 같은 대사가 있죠. 잘 만들어진 살인 병기인데 고건수에게 '존대말'을 사용함으로써 느낌을 더 살리려고 했어요."
극 중 조진웅과 이선균은 서로 몸이 뒤엉키는 처절한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의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넘치는 에너지, 폭발하는 땀 내음, 살기어린 눈빛과 연속되는 반전의 상황은 한 마디로 '살벌'하다. 배우들은 카메라 앵글을 피할 틈이 없다.

"큰 부상은 없었는데, 선균이 형 갈비뼈에 실금이 갔어요. 금이 가면 숨을 못 쉬거든요. 제가 위에 올라타는데 이 무게에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정말 너무 아파서 '윽' 소리를 절로 내고 부들부들 떨더라고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조진웅은 유연한 배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어떤 캐릭터든 믿고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변신 또한 자유롭다. 이런 그에게 다작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간 다양한 연출을 만났다는 그는 감독과의 작업에 있어서 어떤 디렉션도 관용적으로 받아들인다. "작품 하는 사람들이 얼토당토 않은 걸 요구하지는 않거든요."
김성훈 감독의 멘트에 감동을 받았던 일화도 들려줬다. "'오늘은 31회차다. 내일이 32번째 현장일텐데, 하루하루마다 맛있는 알사탕을 하나씩 꺼내 먹는 기분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주 달콤한 사탕을 먹는 듯 행복한 기분. 그 말씀이 되게 멋있으셨어요. 저도 현장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겼거든요. 물론 당시 들었을 땐 오글거리기도 하고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시큰둥한 척 했지만요. 하하."
마지막으로 이제 품절남 배우로서 또 다른 시작을 알린 그는 결혼 전과 후에 배우로서 바뀐 것에 대해 묻자 "없다"라고 말했다. 아내에 대해서는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대답, 그 속에서도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요? 재미있으니까. 재미있는 건 분명한 페스티벌이 있거든요. 페스티벌에서 놀이기구 타고 가는 기분으로, 오셔서 보시고 힘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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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