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의 에이스는 잘 던졌다. 10안타를 치고 5개의 볼넷을 고른 타선의 성적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득점권에서의 심각한 난조를 보이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하지만 해결사는 다시 예상치 못한 순간 튀어나왔다. 또 김강민(32)이었다.
SK는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7회 터진 김강민의 결승 솔로포에 힘입어 4-2로 이기고 2연승을 기록했다. 전날(4일)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친 김강민이 다시 한 번 해결사 몫을 했다. 득점권에서 좀처럼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던 SK가 다시 김강민의 장타 한 방으로 기사회생한 경기였다.
상대 선발 이재우를 공략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안타도 만들어냈고, 볼넷도 잘 골랐다. 2사 후 활로를 열었다는 측면은 아쉽지만 주자가 3루까지 간 적도 많았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곳곳에서 그런 안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득점권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작아졌다.

이날 SK는 7회까지 득점권 상황에서 10타수 무안타에 볼넷 3개만을 얻어내는 데 머물렀다. 잔루만 9개였다. 올 시즌 3할의 득점권 타율로 리그 평균(.288)보다 높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던 SK로서는 답답하게 흘러가던 한 판이었다.
1회부터 그랬다. 1회 2사 후 임훈의 볼넷과 이재원의 2루타로 만든 2사 2,3루에서는 김강민이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회에는 2사 후 나주환이 2루타를 치며 단번에 득점권에 갔다. 김성현이 볼넷을 고르며 기회를 이어갔으나 조동화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다시 선취점의 기회를 놓쳤다.
3회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뽑은 SK는 무사 1루에서 이재원이 다시 2루타를 치며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김강민이 삼진, 박정권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한동민이 볼넷을 골랐지만 나주환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여기에 추가점을 뽑지 못한 것은 경기 흐름에서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1-1로 맞선 5회에도 득점권 기회를 놓쳤다. 역시 1사 후 이재원이 2루타로 포문을 열었지만 김강민이 중견수 뜬공, 박정권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6회에도 기회가 있었다. 1사 2루였다. 김성현이 볼넷을 골랐지만 조동화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박계현 타석 때 폭투로 1점을 얻기는 했지만 이어진 2사 3루에서 박계현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권 가뭄은 계속됐다. 7회에는 상대 호수비에 막혔다. 선두 임훈의 안타, 그리고 이현승의 보크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SK는 이재원이 중전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중견수 정수빈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에 더블 아웃되며 분루를 삼켰다.
그러나 그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김강민의 한 방이었다. 정수빈의 호수비로 분위기가 두산으로 넘어가는 듯 했던 상황에서 김강민이 이현승을 슬라이더를 제대로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시즌 10호)를 때리며 한순간에 리드와 분위기를 선물했다.
한번 흐름이 풀리자 득점권에서 안타도 나왔다. 3-2로 앞선 8회 선두 한동민의 2루타로 포문을 연 SK는 나주환이 3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적시타를 치며 이날 첫 득점권 상황에서의 안타를 만들어냈다. 9회 마무리 박희수가 버티고 있음을 고려하면 값진 득점권 안타이자 이날 유일한 득점권 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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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