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가 잘하는 걸 봉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한 이후 열린 훈련에서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초점을 수비에 맞춘 것처럼 보였다. 공격 전개 훈련마저 상대로부터 역습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조건이 설정돼 있을 정도였다. 수비만큼이나 공격에서의 아쉬움을 대표팀에서 느꼈던 이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훈련이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훈련은 홍명보 감독의 뚜렷한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플레이를 펼쳐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장점을 사전에 차단해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5일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러시아를 살펴보면 3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매우 압박이 좋고, 상대의 패스를 차단한 뒤 공격으로 나가는 스피드가 매우 좋다. 그 부분에서 상대 팀들이 많은 실점을 하고 어려워 했다"며 "우리가 잘하는 거도 좋지만, 상대가 잘하는 걸 봉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의 입지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H조의 어느 팀도 쉽게 볼만한 팀이 없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벨기에와 러시아, 알제리 모두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강한 팀을 상대로 우리가 어떻게 전략을 세워서 경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세 팀의 평가전을 보자면 모두가 강팀인 것 같다"며 힘겨운 조별리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100% 상태를 빨강색으로 봤을 때 현재 마이애미에 있는 대표팀은 완성에 가까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흰색에서 시작을 했다고 보고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팀을 빨강색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단계는 분홍색 정도가 될 것이다"며 "우리는 3경기서 모두 잘할 수 있는 체력적인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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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미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