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차승원, 여주도 차승원..놓치기 아깝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6.06 08: 10

영화 '하이힐'(장진 감독)이 '놓치면 아까운 영화'로 꼽히고 있다. 그 만큼 장진 감독과 배우 차승원의 6년여만의 재회가 의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하이힐'은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의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이야기.
지난 3일 전야 개봉한 '하이힐'은 소재의 한계와 편견,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제약에 맞서며 관객들에게 또 다른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비상업적인 소재를 상업적으로 풀어냈다는 점도 돋보이지만, 단순히 오락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장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와 스타일리시한 연기파 차승원이 만나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는데, 그 모습이 재미있고 뭉클하며 슬프다. '차승원이 여장을 한다'라고 했을 때 순간 떠올릴 수 있는 코믹한 장면이나 웃긴 정서는 없다. 물론 장진 감독의 영화이니 만큼, 상황 속에서 예측 불허의 웃음이 터져나오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가 되고 싶은 차승원'의 진정성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하이힐'은 장진 감독의 전작들과도 살짝 맥을 달리한다. 여전히 재기발랄하면서도 날 선 느낌의 엇박자 유머가 있지만, 한결 차분해지고 세련돼 졌다. 본인에 따르면 현장에서 예전보다 많이 '듣는다'고. 또 영화는 단순히 소재주의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지난 10년 동안 등장한 장진의 영화 중 최고의 점수를 주기도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액션 수위가 높지만 이상하리만큼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 후반부 차승원의 액션 장면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
영화는 외피적인 성향으로 강력한 마초가 필요했는데, 그러면서도 둔탁하지 않고 기민해 보이는 날렵해 보이는 느낌이어야 했다. 강력계 형사이지만 막 어린 연기자는 안 되고 40대 정도가 되야 했는데, 사실 국내 남자 배우 중에 선택의 폭이 크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하이힐'이 차승원의 한 단계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고, 차승원은 '하이힐'을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장진 감독은 "어머니가 이번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누구냐고 묻더라. '차승원이요'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여자주인공은 누구니?'하고 물으시는데 또 '차승원이요'라고 말했다. 한 동안 말씀이 없으시더라"고 영화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준 바 있다. 실제로 영화 속 차승원은 남자주인공이자 여자주인공이다. 정말로 영화 속에 차승원이 예뻐 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는 그 만큼 그의 감성 연기가 통했다는 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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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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