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유먼 무너뜨린 SK의 ‘생각대로 야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6 20: 14

거의 모든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 선수들의 뛰어난 작전수행능력과 집중력 덕분이었다. SK가 모처럼 경기를 손쉽게 풀어가며 천적이었던 쉐인 유먼(롯데)을 무너뜨렸다.
SK는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선발 채병룡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타선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7-4로 이기고 3연승으로 5위 자리를 탈환했다. 호투를 펼친 채병룡이 이날 최고의 수훈갑이었지만 물 흐르는 듯한 득점 과정을 보여준 타선도 채병룡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전날(5일)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SK는 5일 문학 두산전에서 7회 터진 김강민의 결승포에 힘입어 4-2로 이겼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10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단 1개의 안타도 때리지 못하며 답답한 과정을 이어갔다. 승리는 했지만 보완점은 남긴 경기였다. 더군다나 이날 선발은 SK와의 통산 9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82로 천적 면모를 과시했던 유먼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생각대로 모든 것이 풀려나갔다.

SK 벤치는 이날 선발이 유먼임을 고려해 점수를 짜내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1회부터 적극적인 희생번트 사인이 나기 시작했다. 상대가 에이스를 냈음을 생각하면 선취점의 중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생번트 이후 곧바로 안타나 진루타가 나오며 희생의 가치를 빛나게 했다. 이렇게 쉽게 득점이 나기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SK는 1회와 2회 장타 없이 3점을 냈다. 1회 선두 이명기가 내야안타로 출루하자 김성현에게 희생번트 사인이 떨어졌고 김성현이 번트를 잘 대 이명기를 2루까지 보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적시타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임훈이 곧바로 중전 적시타로 이명기를 불러 들였다. 이후 이재원의 우전안타로 1사 1,2루를 만든 SK는 임훈의 기습적인 3루 도루가 성공했고 이 와중에 상대 포수 강민호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안타 없이 1점을 뽑아냈다.
2회에도 비슷한 공식이었다. 선두 정상호가 나가자 박계현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여기서 이명기가 우전안타로 정상호를 3루까지 보냈고 김성현이 희생플라이를 때렸다. 짜임새가 있었다. 정상호의 솔로홈런이 터진 4회 4-0 상황에서도 역시 작전은 생각대로 풀려나갔다. 박계현이 볼넷으로 나가자 이명기가 다시 희생번트로 박계현을 2루까지 보냈고 곧바로 김성현의 적시타가 터져 나오며 박계현이 홈을 밟았다. 이후 SK는 임훈 이재원의 연속 안타로 유먼을 조기에 강판시키는 데 성공했다.
6-1로 앞선 6회에는 상대 실책까지 나오며 흐름에 쐐기를 박았다. 선두 김성현이 좌중월 2루타로 출루하자 SK 벤치는 5점차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임훈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그런데 번트 타구를 잡은 투수 김사율이 3루를 선택했고 김성현의 발이 3루에 먼저 들어가며 무사 1,3루가 됐다. 이날 흐름만 놓고 보면 SK의 다음 타석에서는 뭔가가 나와야 했고, 타석에 들어선 이재원은 어김없이 적시타를 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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