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8)는 2011 시즌 도중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뒤부터 매년 도약하고 있다. 2011년 13홈런으로 가능성을 보인 박병호는 이듬해 31홈런으로 처음 홈런왕에 올랐고, 올해는 벌써 23홈런을 기록해 3년 연속 홈런왕과 리그 MVP 석권을 노리고 있다.
기록을 보면 박병호가 어떤 시즌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처음으로 80경기 이상을 출전한 2012년 133경기에서 타율 .290, 31홈런 105타점을 올린 박병호는 파워만 있는 선수에서 무서운 거포로 한 단계 올라섰다. 첫 풀타임 시즌에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5경기 적은 128경기에 출장해 타율 .318, 37홈런 117타점으로 진화했다. 타율도 처음 3할에 진입해 완성형 타자라는 평가도 쏟아졌다.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2년 연속 MVP에 올랐고, 성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도 나설 수 있었다.

올해는 약간 달라진 모습이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라 박병호의 모습을 완벽히 정의할 수 없지만, 적어도 홈런 면에서는 업그레이드됐다. 현재까지 53경기를 소화한 박병호는 23홈런을 때려내 지난해 37홈런을 훌쩍 뛰어넘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55.55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어 2003년 이승엽(56개)에 필적한다.
하지만 타점과 타율, 특히 득점권 타율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23개의 홈런을 만들었음에도 타점은 44타점에 그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222로 높지 않은 탓이다. 시즌 타율은 .308로 3할을 넘기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이를 정확성의 감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볼넷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2012년 73개었던 볼넷은 지난 시즌 92개로 상승했고, 올해는 벌써 44개다. 이 페이스로 시즌을 마친다고 가정하면 볼넷은 106.26개가 된다. 첫 100볼넷 돌파 가능성도 있다. 이는 투수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박병호와의 정면승부를 꺼린다는 의미다.
볼넷 증가는 득점권 타율 감소와 관계가 없지 않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투수가 거포를 만나면 볼넷을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볼넷은 늘어난다. 장타 회피를 위한 피칭에 타자가 말려들면 결과는 삼진이나 범타가 된다.
박병호의 경우 현재 이러한 과정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당 볼넷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볼넷/삼진 비율(.863)이 지난해(.958)보다 나빠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투수들은 박병호를 피하고 있고, 말려들어 삼진을 당하거나 실투를 받아쳐 홈런을 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박병호다.
분명한 것은 박병호에 대한 투수들의 견제는 지난 2년간보다 더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볼넷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나빠진 볼넷/삼진 비율이 이를 말해주지만, 박병호는 견제를 비교적 잘 이겨내고 있다. 벌써 51개인 삼진(123.17개 페이스)이 걱정이긴 하지만, 이 기간을 거치면 박병호는 더 완성된 타자로 새롭게 태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