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감독의 고졸 신고선수 불가론, 왜?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07 06: 44

각 구단은 매년 드래프트를 통해 많은 신인들을 뽑는다. 드래프트에서 뽑지 못했지만 탐이 나는 선수가 있으면 신고선수로 영입한다.
신고선수 대상자 중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조금 다르다. 대학에 진학해 4년간 기량을 발전시키고 좋은 성적을 내면 1차지명도 받을 수 있지만, 당장 수개월 뒤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달콤한 유혹이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프로행을 택하는 선수도 많다.
하지만 한 프로야구 감독은 최근 고졸 신고선수 영입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감독은 “고졸 선수가 신고로 들어와서 성공하는 것이 과연 몇%나 될까? 고졸을 신고선수로 받으면서 한국야구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그 선수들은 장학금 등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대학을 갈 수 있는 선수들이고, 대학을 나오면 지명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데 대부분 신고선수로 들어가 1~2년 뒤에 집에 가게(방출)된다. 그러면 손해다”라는 말로 선수 입장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야구계 전체 입장에서도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런 선수들이 대학에 가야 대학야구 수준도 높아진다. 지금 대학에 가는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고졸 신고선수보다 못하는 선수들이다”라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들이 대학에 가게 되면 신고선수로 짧게 프로 생활을 마감하는 선수도 줄고 대학야구의 수준도 올라간다.
선수의 야구인생뿐만 아니라 이후의 삶을 생각해도 대학 진학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대학에 가면 야구를 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워 취업을 할 수 있다. 고졸 신고선수로 들어와 1~2년 뛰다 그만 두는 것보다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린다”라며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야구 이외의 길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어쩌면 선수를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대학 졸업생들 중 프로에 입단할 선수는 몇 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로 보면 프로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수들보다 그러지 못할 선수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대부분은 프로에 오지 못하고 삶의 다른 가능성을 찾아 떠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신고선수를 받으려면 대졸을 받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대졸 미지명 선수의 경우 선고선수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다. 1~2년 후 방출을 당한 뒤 병역까지 해결한다 해도 20대 중~후반의 나이다. 일반 대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나이 면에서는 취업 시장에서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 야구 지도자가 되기에도 고졸보다는 좋은 조건이다.
이 감독의 의견은 많은 생각의 여지를 던져준다. ‘신고선수 신화’는 아름답지만, 모두가 해낼 수 있다면 신화라는 수식어도 붙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야구계가 아닌 곳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제도가 해야 할 몫이다.
고졸 신고선수 영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급진적으로 당장 도입하기는 무리다. 그렇지만 야구선수로 빛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은 절실한 시점이다. 수많은 전직 야구선수들의 어려운 사연들이 ‘신고선수 신화’에 가려져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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