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와 목 통증으로 재활군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었던 최정(27, SK)이 복귀를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돌다리도 몇 번씩은 두드려보고 건널 필요가 있다. 남은 시즌과 최정의 팀 내 비중을 생각해서다. 완벽한 상태가 아닌 1군 진입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최정은 6일 구리구장에서 열린 LG 3군과의 경기에 SK 루키팀(3군) 소속으로 출장했다. 지난 5월 17일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지 20여일 만의 실전 복귀다. 이날 선발 3번 3루수로 출장한 최정은 5타수 2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고 6회부터는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경기를 지켜본 SK 관계자는 “타격 적응에 중점을 둔 경기였다. 첫 실전치고는 움직임이 괜찮았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일 정도 공백이 있었던 만큼 감각을 찾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의미다. 성적보다는 몸에 큰 무리 없이 한 경기를 모두 뛰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최정의 복귀 절차도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3군에서 한 경기를 뛴 최정은 7일부터는 퓨처스팀(2군)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퓨처스팀에서 몇 경기를 더 뛰며 컨디션을 조절한 뒤 1군 복귀를 기다린다. 팀 내부에서는 빠르면 오는 13일 잠실 LG전부터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타자들이 비교적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최정의 복귀는 폭발력에 날개를 달아줄 확률이 매우 높다. 자연히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최정이 부상 때문에 이렇게 오래 1군을 비운 적은 없었다. 부상이 없어서이기보다는 근성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벼운 부상은 참고 뛰거나, 백업 3루수가 취약한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최근 4년간 평균 121.5경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몸에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다는 시각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때문에 차라리 이번 기회에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남은 시즌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SK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나간 상황에서도 일단 선방하고 있다. 6일 현재 3위 두산에 2.5경기 뒤진 5위다. 한 때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으나 많이 쫓아왔다. 그리고 SK에게는 아직 75경기가 남아있다. 최정은 그 남은 일정에서 핵심적인 몫을 수행해야 할 선수다.
스스로의 복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고 코칭스태프도 내심 최정의 빠른 복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일정에서 최정이 다시 몸에 문제를 일으킬 경우 SK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버티기 쉽지 않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복귀 시점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다행히 대체 선수들의 활약상이 나쁘지 않아 시간적 여유도 조금은 더 확보했다.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최정은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에 반드시 100%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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