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은 최근 팀이 타고 있는 상승세에 대해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고마움이 향하는 곳 중 하나가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운 대체 선수들이다. 이가 없는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잇몸들의 맹활약은 절박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SK는 6일 현재 26승27패(.491)를 기록하며 5위에 올라 있다. 1위를 달렸던 시즌 초반 성적을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지만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과정에서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SK는 현재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인 윤희상, 그리고 주전 선수들인 최정, 루크 스캇, 박진만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에서도 형편없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난 5월 20일 승패차가 -7이었던 SK는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린 끝에 보름 만에 5할 승률을 바라보고 있다.
보통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팀 전력은 휘청이기 마련이다. SK처럼 부상자나 핵심 선수들의 부진이 겹칠 경우 확 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SK의 개막전 라인업에 포함됐던 선수 중 현재도 1군에 있는 선수는 김강민 이재원 나주환 정상호 뿐이다. 하지만 SK는 시간이 갈수록 힘을 찾고 있다. 대체 선수들이 1군 무대에 잘 적응하며 힘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의 26인 엔트리를 보면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다. “지금처럼 신진급 선수들이 많은 시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내야수 5명 중 김성현 신현철 안정광 박계현의 지난해까지 1군 경험의 총 경기수(260경기)는 나머지 1명의 내야수인 나주환(841경기)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외야도 김재현 이명기 김도현 한동민 등 신진급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재원 임훈도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이 선수들이 펼치는 활약상은 기대 이상이다. 이재원은 6일까지 타율 4할4푼6리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군에서 칼을 갈았던 임훈은 17경기에서 타율 4할4푼8리의 고감도 활약이다. 김성현은 박진만의 공백을 비교적 잘 메우고 있고 박계현은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치는 등 12경기 타율이 4할3푼5리다. 빠른 발도 활력소다. 다른 선수들도 자신의 임무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잇몸’들의 맹활약은 절박함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사실 이들의 목표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모두가 “1군 엔트리에 계속 남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1군 무대에서 버티기 위해, 1군 무대에서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만들기 위해 매 경기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애써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이만수 감독도 “전체 선수단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뭉쳐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야가 그렇다. 핫코너의 주인인 최정이 복귀를 향한 준비에 들어갔다. 6일 루키팀(3군) 경기에 출전하며 실전에 복귀했고 7일부터는 퓨처스팀(2군)에서 본격적인 복귀 채비를 차린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베테랑 내야수 이대수 역시 이번 주말에는 재활군을 벗어나 루키팀에 합류한다. 옆구리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루크 스캇 역시 6월 중순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권 박재상 김상현 등 2군의 베테랑 선수들도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 선수들은 아니다.
어찌 보면 SK의 신진급 선수들로서는 2군에 내려가지 않기 위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최정 이대수 스캇 박정권 등은 1군에 있어야 할 자원들이다. 부상이 회복되면, 혹은 타격감이 회복되면 1군 복귀는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 냉정한 현실이지만 현재 신진급 자원들의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경쟁 속에서 팀은 강해지고 미래는 밝아진다. 비록 팀 성적은 썩 좋지 않았지만 육성을 화두로 삼고 있는 팀 사정을 생각하면 5월과 6월이 아주 헛되이 지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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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이명기-김성현-박계현.